[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2회전 제2국

〈제1보〉(1~13)=이세돌은 9월 초 딸을 얻었다. 아직 변성(變聲)도 덜 된 23세 아빠라니, 약간은 당황스럽지만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넬 일이다. 출산 때 병원에 붙어살다시피하면서 탯줄도 직접 잘랐다는 후문. 바둑판 앞에서뿐 아니라 장외(場外)에서도 이세돌은 뉴스를 몰고 다니는 천부의 스타 기질을 지니고 있다.
흑이 나오자 이세돌이 빠른 속도로 판을 메워나간다. 한 귀를 비워놓은 4의 걸침은 다소 낯선 수. 어찌 보면 셰허가 먼저 도발적인 수를 던졌다는 느낌이다. 흑은 여기서 일단 좌하귀를 차지하고 보는 참고 1도의 변화를 택할 수도 있다. 17까지 처리한 뒤 실전보 ‘가’로 걸쳐 이것도 훌륭한 한 판. 흑은 뜻밖에도 신속한 손길로 5로 참아둔다.
하지만 이세돌의 ‘킬러 본능’이 어디 갈까. 9로 갈라쳐 전투적인 포진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9로 무난하게 둔다면 참고 2도가 우선 떠오르는 변화. 11은 당연한 요소(要所)였고, 12의 전개와 13의 육박도 정석 변화의 과정이다. 기록적 난타전으로 점철됐던 판답게 초반부터 공기가 어째 심상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