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아는 만큼 보인다.'
화투로 도박을 하는 영화라니 영 꺼림칙하다. 추석영화로는 치명적인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데다 '바다이야기' 등 요즘 세상 돌아가는 여론이 도박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석하면 온가족이 둘러앉아 우의의 고스톱 한판 치는 게 우리네 정서. 더구나 '타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허영만 화백의 동명만화가 원작으로, 이번 추석에 가장 기대되는 영화 가운데 하나다. 기왕에 볼거라면 '타짜' 속 도박판의 룰이나 제대로 알고 보자. 더욱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섯다'엔 화투 20장만 사용
◆혼을 실은 구라
도박판에서 돈을 몽땅 잃은 '고니'(조승우)는 최고의 '타짜' 평경장(백윤식)을 찾아가 수제자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도박판 '섯다'의 기본 기술을 알려주는 평경장. 그는 타짜의 조건을 "혼을 실은 구라"라고 요약하며 고니에게 한 수 전달한다.
화투는 모두 48장이다. 같은 짝이 4개씩 모두 12종류가 있다. '섯다'에선 이 중 20장만 사용한다.
각각의 플레이어는 2장씩 돌려받은 패의 높낮이를 비교해서 승부를 가린다. 높낮이는 속칭 '족보'라고 하며, 화투 2장의 숫자를 조합해서 만든다.
가장 높은 것은 3과 8의 조합. '광땡'이라고 한다. 그 다음은 숫자의 크기대로 순서가 갈린다. 10이 2장이면 '장땡', 9가 2장이면 '구땡', 이런 식이다.
똑같은 숫자가 아닌 경우엔 그냥 '끗'으로 표현한다. 특별히 두패의 합이 9인 경우는 '갑오', 0인 경우는 '망통'이라고 부른다.
독특한 것으로는 '구사'(9와 4)가 있다. '구사'가 나오면 그 판은 효력을 상실한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승우 '밑장 빼기'등 직접
◆손이 눈보다 빠르다
조승우는 타짜 역할을 해내기 위해 진짜 타짜로부터 실전 훈련을 받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몇가지 기술은 그가 수개월 동안 공들인 노력의 결과다. 영화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손기술은 '밑장 빼기'. 화투의 패를 돌릴 때,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돌리지 않고 상대편에겐 이미 알고 있는 패를 밑에서 빼서 주는 방법이다. 미리 준비한 화투를 손바닥에 감춰두는 속임수도 있다. 이 기술 때문에 '고광렬'(유해진)은 '아귀'(김윤석)에게 끔찍한 보복을 당한다.
그리고 상대가 섞은 패를 한 손으로 다시 섞는 기술도 있다. 조승우는 손 안의 화투패를 아주 섬세한 동작으로 3등분해서 다시 섞는 기술까지 선보였다. 그는 나중에 "감독님이 CG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다 직접 치게 만들었다"면서 "지금은 화투만 봐도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강심장에 '심리전' 이겨야
◆아무도 믿지 마라
족보와 속임수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최고 타짜의 조건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 고니는 극의 엔딩에서 무시무시한 타짜 아귀와 목숨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친다. 지는 사람은 돈은 물론 자신의 팔뚝도 내놓아야 한다. 고니와 아귀는 막판 기술싸움을 한다. 속고 속인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고니편. 그에겐 누구보다도 강한 심장이 있었다. 타짜의 마지막 조건은 '심리전'이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