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투톱, 중국 인해전술 뚫을까

올해 상반기 한국의 국제무대 성적표는 최근 10년 사이 거의 최악이었다. 새해 벽두 제10회 삼성화재배 패권이 중국 뤄시허(羅洗河)의 품에 안기더니, 뒤이은 농심배 우승컵은 일본이 가져갔다. 제10회 LG배에선 일찌감치 중국 기사끼리의 결승이 결정돼 버렸다. 뒤숭숭한 가운데 3월 베이징에서 제6회 춘란배가 열렸고, 결과는 또 다시 중국의 압도적 우세로 나타났었다.
그때 추려진 8강 멤버는 한국 2, 중국 6명. 당시 ‘생존자’들이 중국 광저우(廣州)에 재집결, 28일(8강전)과 30일(준결승) 서바이벌 게임을 계속한다. 이창호와 이세돌 등 한국의 ‘투 톱’이 각각 구리(古力) 및 셰허(謝赫)와 맞붙는 대진. 나머지 4강 두 자리 임자는 중국 기사끼리의 ‘집안싸움’을 거쳐 결정된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이창호(31) 대 구리(23) 전. 양국을 대표하는 톱 랭커 간 격돌이다. 이창호는 올해 삼성화재배 결승전 패배, 농심배 무승(無勝), TV아시아 결승전 실족 등 연초 한 때 기대에 못 미쳤으나 최근 위엄을 되찾았다. 제11회 LG배 및 삼성화재배 모두 순조롭게 8강에 안착해 있는 상태. 최근 2연패(連覇)를 포함해 5년 간 3차례나 결승에 올랐을 만큼 춘란배에 강하다는 점도 마음 든든하다.

구리의 ‘행마’는 이와 대조적이다. 10회 LG배 우승으로 기세를 높였던 그는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고근태와의 한·중 천원전서 1대2로 패하더니, 삼성화재배서는 최철한에게 반 집을 져 일찌감치 대진표에서 사라졌다. 이창호에겐 지난 8월 말 제3회 도요타덴소배 때 백으로 완패하는 등 통산 1승 3패로 뒤져 있다.
이세돌(23)은 국제 무대를 무려 6회나 정복할 만큼 ‘해외 체질’로 유명한 기사. 지난달 열렸던 제3회 도요타덴소배서도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가 내년 초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다만 지난 5월(11회 LG배 16강전) 셰허, 7월 저우허양(19회 후지쓰배 준결), 9월엔 왕야오(王堯·11회 삼성화재배 16강전)에게 각각 패하는 등 최근 중국 기사들에게 갑자기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눈에 띈다. 특히 셰허(22)와는 LG배 때 딱 한 번 만나 유례없는 참패를 당한 바 있어 4개월만의 설욕 여부가 주목된다.
셰허는 LG배와 춘란배서 나란히 8강에 오르는 등 호조다. 랭킹도 최근 중국 2위까지 상승, 양국 2위끼리 격돌하는 카드가 만들어졌다. 전기(前期) 춘란배 준우승자이자 중국 랭킹 6위인 저우허양(周鶴洋·29) 대 12위 펑첸(彭筌·21), 4위 후야오위(胡耀宇·24) 대 14위까지 추락한 창하오(常昊·30) 간의 대결도 예측이 쉽지 않다. 1인당 3시간, 60초 5회가 주어지며 덤은 7집 반. 15만달러의 우승 상금이 걸린 결승 3번기는 내년에 거행된다. 한국 ‘투 톱’은 과연 중국의 인해전술을 뚫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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