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바둑그림으로 본 기객들의 풍류와 유흥

미술사와 바둑계에서 공히 큰 주목을 끌지 못해왔던 위기도(圍棋圖·바둑그림)를 다룬 연구집이 나왔다. 고려대 대학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유주희<사진>씨가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조선시대 위기도 연구’가 그것. 저자는 34개의 조선시대 바둑 그림을 ‘선인(仙人) 위기도’와 ‘문인 위기도’로 분류했다. 앞의 것은 문인들이 탈속의 경지를 추구하면서 그린 선계(仙界) 형 바둑 그림이고, 후자는 문인 자신들의 대국 모습이다. 조선 후기 무렵엔 우아한 풍류보다는 유흥을 목적으로 한 모임에서 대국 장면이 자주 등장했음도 밝혀냈다.
논문을 검토한 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 교수는 “바둑을 고상한 기예로 보면서도 실제 생활에선 유흥을 위한 오락적 도구로 이용한 조선시대 기객들의 2중성을 잘 규명했다”면서 “문헌 기록 기술에만 치중해 온 바둑사 연구에도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시대 회화를 공부하다 어린 시절 배웠던 바둑 모티프와 재회,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게 본인의 설명.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출신으로 박물관 큐레이터가 꿈인 저자는 “일본처럼 바둑 박물관이 개관할 경우 우선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