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가족' 공포+뮤지컬+코미디 '장르 파괴'

'구미호 가족'은 국내영화 장르로는 이색적인 '엽기 뮤지컬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엽기와 코미디는 봤어도 뮤지컬까지 아우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시도임에 틀림없다. 뮤지컬 영화답게 총 8곡이 스크린 위로 흐른다. '천년의 꿈은 이루어진다', '돈돈돈' 등 배우들의 피나는 노력이 전해지는 춤과 노래가 관객의 귀를 자극한다. 서커스 단원을 공개 모집하는 장면에서 벌어지는 길거리 댄스와 노래는 외국 뮤지컬 영화의 한 대목과 비유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철거민과 경찰들의 충돌을 힙합으로 표현한 부분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라디오 스타'의 테마곡을 만든 방준석 음악감독 등 복숭아프로젝트 4명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 구미호의 전형을 깨뜨린 점도 돋보인다. 인간의 간을 먹기 위해 아름다운 여자의 몸으로 둔갑해 남자를 홀리는 구미호는 여기서 다양한 캐릭터로 분화한다. 어리버리하지만 자식들을 끔찍이 여기는 아버지 구미호(주현), 간보다 남자가 좋은 첫째딸 구미호(박시연), 단순 무식한 아들 구미호(하정우) 그리고 속을 알 수 없는 막내딸 구미호(고주연)의 조합이 그렇다. 게다가 이들은 인간을 죽이기 보다는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1000년째 되는 날 인간의 간을 먹어야 인간으로 환생하기 때문에 미리 잡아둔(?) 인간들이 그 전에 죽지 않도록 사력을 다한다. 한약을 달여먹이고, 애타게 기도를 하고, 심지어는 자살 시도를 막는 장면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구미호의 모습을 보는 건 아이러니다. 아쉬운 것은 뮤지컬 혼성 장르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낯설음이다. 새롭게 시도되는 작품에 대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공포와 코미디, 뮤지컬을 한꺼번에 버무리려다 보니 산만해진 느낌도 없지 않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