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9일' 한가위 휴가...1000만 영화팬 잡아라

1000만 전쟁이요, 사생결단이다. 추석 영화 시장의 전쟁이 막이 올랐다. 지난 14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의 개봉을 필두로 시작된 '추석 표심 잡기' 경쟁이 27일 절정에 다다른다. 특히 올해 추석은 징검다리 휴일을 합쳐 최장 9일까지의 연휴가 가능해 어느 때보다 극장가가 뜨겁다. 각 배급사는 1000만 이상의 관객이 추석 연휴 기간에 극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28일 스크린에 오를 예정이던 '라디오 스타', '타짜', '잘 살아보세', '구미호 가족' 등이 개봉을 하루 앞당겨 27일 일제히 관객들과 만난다. 24시간도 기다릴 수 없다는 긴박한 전율이 극장가를 흐르고 있다. 더구나 먼저 개봉한 '우행시'와 '가문의 부활'의 흥행 가도에 하루 빨리 타격을 주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어떤 영화들인가?

27일 개봉작은 추석 영화 시장의 결정탄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각기 다른 색깔을 자랑하고 있다. 우선 '라디오 스타'는 올 상반기 1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내년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된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 차기작. 이 감독은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인감 냄새를 물씬 풍긴다. 퇴물 취급받는 록가수와 속깊은 매니저의 인생 스토리, 어찌보면 진부한 소재지만 이 감독은 이를 감동적인 대작으로 그려냈다.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7년 만에 호흡을 맞춘 안성기와 박중훈의 감칠 맛나는 연기가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화투를 통해 인생을 얘기하는 '타짜'는 할리우드의 볼록버스터를 연상케할 만큼 스케일이 장대하다.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는 139분이지만 전혀 지루함을 못 느낄 만큼 박진감이 넘친다. '범죄의 재구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묻어난다. 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김혜수와 타고난 승부사 조승우, 전설의 타짜 백윤식, 그리고 서민형 타짜인 유해진의 열연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단 흠이 있다면 18세 이상 관람가여서 가족 단위 관객들이 얼마나 몰릴 지 의문이라는점이다. 김정은 이범수 주연의 '잘 살아보세'와 박준규와 박시연이 연인으로 출연하는 '구미호 가족'도 만만치 않다. '추석 영화 흥행 불패=코미디'라는 공식을 충실히 따른 '잘 살아보세'는 70년대 가족계획을 유쾌한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구미호 가족'은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끈다. 엽기와 뮤지컬에다 코미디를 아울렀다. 물론 외화도 추석 영화시장의 빠질 수 없는 '감초'다. 21일 개봉한 '야연'을 필두로 추석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성룡이 27일 'BB 프로젝트'를 들고 나온다. 자녀와 함께 볼 만한 애니메이션인 '앤트 불리'도 흥행전선에 뛰어든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