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연, '에릭 여인' 꼬리표 떼고…'구미호' 꼬리 달았네

여자 배우라면 꼭 거쳐야 하는 역할이 있다. 구미호다. 한혜숙 김미숙 선우은숙 고소영 송윤아 김태희 같은 쟁쟁한 스타도 모두 '구미호' 꼬리를 달았다. 추석 영화시장에 '2006년 구미호'가 탄생했다. 박시연이다. 27일 개봉을 한 영화 '구미호 가족'(감독 이형곤, 제작 MK 픽처스)에서 첫째 구미호 역을 맡았다. 구미호의 출현이라 자칫 공포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엽기에다 뮤지컬, 코미디를 곁들인 '종합선물세트'인 이 영화에서 그녀는 8등신의 섹시 구미호로 변신했다. 새로운 장르에다 새로운 컨셉트의 구미호다. 설정이 재밌다. 박시연은 주식인 간보다 남자를 좋아한다. 그녀의 상대 배우는 나이가 열다섯살이나 많은 삼촌뻘의 박준규. 둘은 탱고신과 코믹 베드신, 그리고 키스신까지 찍었다. 연인으로서 할 것은 다한 셈. 에피소드도 많았다. 특히 나이 어린 후배와의 키스장면이 미안해 박준규는 연신 양치질을 했지만, 박시연은 복숭아를 먹고 곧바로 촬영에 임했다. 이렇다보니 박준규는 박시연과의 키스신 소감을 묻는 질문에 "복숭아 맛이었다"고 말해 배꼽을 잡게 했다. 그럼 박시연은 어땠을까. 너무 좋았단다. 그녀는 "호흡이 잘 맞았다. 나이차가 많다 보니 서먹하거나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편안하게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며 웃었다. 덕분에 이곳 저곳에서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박시연의 수식어는 '에릭의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도 전에 에릭과의 열애 기사가 터지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부담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고 말하지만 보이지 않는 한계점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다. 하지만 '구미호 가족'은 배우 박시연의 저력을 한껏 묻어나게 했다. 스크린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구미호 가족'을 통해 모든 끼를 분출했다. 연기면 연기,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등 큐사인이 날때마다 혼을 불어넣었다. 더욱이 초등학교 시절(1990년) '그림 그리고 싶은 날'로 창작동요제에서 1등한 명성에 걸맞게 노래 실력은 가수 뺨칠 정도였다. 비록 가수로 전향할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언제든지 음반을 취입할 수 있는 경지다. 박시연은 첫 영화에 추석 대작들과 만났다. 자신의 연기도 첫 심판을 받는다. 이렇다보니 그녀의 마음은 요즘 허공에 떠 있다. "걱정도 되고, 떨린다. 잠도 설친다"는 그녀는 시사회장에서는 오른쪽 눈의 실핏줄이 터진 상태로 나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래도 추석 시장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만으로도 즐겁다. 박시연은 "대작들과 만나 1등을 못하더라도 변명거리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연기가 힘들지만 할 때는 늘 재밌고 설렌다. 또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연기가 좋다"며 "박시연하면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