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세계기왕전] 2회전 제2국

〈제7보〉(72~90)=바둑의 초반 전개 과정은 응집형과 분산형의 2가지로 대별된다. 전자는 한곳에서 시작된 소규모 전투가 커져 피아의 돌들이 한 덩어리로 뭉친 채 판 전체로 번지는 유형. 이 바둑이 좋은 예다. 후자는 쌍방이 싸움보다는 4귀와 변(邊)에 부지런히 말뚝을 박아 영향권을 넓혀가는 타입. 전자는 미시적 전투대형, 후자는 거시적 영토 싸움의 양상을 띤다.
74, 76 선수 후 80까지 순식간에 진행됐다. 그물의 일부였던 좌변 흑 7점이 꼼짝없이 역 포위된 형태. 그렇다면 좌하 쪽 흑은 자동사(自動死)일 것 같은데, 그래도 사는 수가 있었다니 놀랍다. 참고 1도가 해답. 하지만 백 8의 빵때림이 워낙 위력적이어서 흑의 패색은 여전하다(1도 8로 참고 2도 A의 파호는 B~D의 수순으로 산다).
81은 그런 뜻의 버팀. 그러나 82가 있어 선수(先手)가 안 된다는 게 비극이다. 90까지 위 아래 흑이 함께 몰사(沒死)했으니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결과. 중앙의 허약한 백 5점이 마지막 노림이지만 희망의 불빛은 꺼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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