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TV영화] 황정민·전도연의 눈물바다에 ‘풍덩’

잘 만든 통속 신파극. ‘가을은 역시 멜로’라는 충무로의 신앙을 재확인하며, 작년 가을 300만 관객을 울음 바다에 빠트렸다.

서른여섯 해 되도록 장가 못간 농촌 총각 석중(황정민)이 새로 온 다방 레지 은하(전도연)에게 첫눈에 반한다. 석중은 티켓 끊어 여관에 커피배달 가는 은하에게 프로포즈하고, 둘은 빨간 플라스틱 욕조를 특급호텔 자쿠지 삼아 단란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전반부가 사랑에 빠진 연인의 설렘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라면, 후반부는 불치병과 눈물로 범벅이 된 절절한 멜로.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 가던 부부에게 은하의 옛 남편 천수(정유석)가 찾아와 돈을 뜯고, 가출한 은하는 바닷가 사창가에서 몸을 팔다 에이즈에 걸린다. “세상에 대한 저주로 에이즈에 걸린 걸 알고 남자들을 받았다”는 혐의까지 뒤집어 쓴 채. 그 다음엔 “사랑밖에 난 몰라”의 석중 차례. “모든 것을 용서한다. 돌아만 와 다오”의 일편단심 구슬프다.
더할 나위 없이 뻔한 스토리에서 절절한 눈물을 끌어내는 힘은 박진표의 연출과 황정민·전도연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전작 ‘죽어도 좋아’에서 보여줬던 다큐멘터리적 집요함은 한층 더 강화된 위력으로 리얼리티를 보여주고, 순박한 촌무지렁이에 자신을 그대로 포갠 황정민의 연기는 그를 충무로 대표배우로 격상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전도연도 자신의 최선을 다했다. 모처럼 가족 모두 둘러앉아 눈물을 뽑아내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껴 볼 기회다. 2005년. ★★★☆(별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