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TV영화] 희극의 왕 주성치, 더욱 강해진 ‘쿵푸 허풍’

각본·감독·제작·주연 주성치 1인 4역. 엔터테이너 주성치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영화다. ‘와호장룡’의 두 배에 달하는 제작비(200억 원)를 쏟아부은 거대 상업영화지만, 특유의 럭비공 같은 상상력과 소수 취향을 잃지 않은 보석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법보다 도끼가 앞서는 1940년대 중반 상하이. 허름한 마을 ‘돼지촌’에 검은 양복 쫙 빼 입은 ‘도끼파’ 조직원들이 쳐들어온다. 하지만 검은 양복 ‘형님들’, 인생 너무 쉽게 봤다. 알고 보니 ‘돼지촌’의 허접한 주민들은 왕년에 강호를 주름잡던 전설의 고수들이었던 것. 불의만 보면 외면하는 건달 싱(주성치)은 어영부영하다 이 싸움에 끼어들고, 결국 전설적인 무림비급 ‘여래신장’의 도움으로 무림 최고수들을 상대하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주성치 영화의 매력은 ‘코믹’과 ‘무협’의 절묘한 화학작용이다. 언뜻 유치하기가 극단을 달리는 주성치의 유머는 관객이 생각하는 웃음의 한계를 가볍게 돌파하면서 폭소를 뽑아낸다. ‘쿵푸 허슬’에서 나오는 무술 개인기가 그 예. 포악한 돼지촌 여주인의 잔소리가 소리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사자후’로 둔갑하더니, 소심하고 가냘픈 남편은 유들유들 부드러운 ‘영춘권’의 달인으로 밝혀지고, 만두가게 주인은 만두피를 다듬던 봉으로 ‘오랑팔괘곤’을 구사한다는 식이다. 더 크고 더 강해진 주성치표 코믹 액션, 그의 즐거운 허풍에 기꺼이 한 표. 2005년. ★★★★(별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