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TV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친절한 금자씨'

8일 웰컴 투 동막골 MBC 밤9시40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강원도 산골 마을인 동막골 인근에 미군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여일(강혜정)이 마을로 알리러 가던 중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을 만나 함께 동막골로 가고, 길 잃은 국군 표현철(신하균) 일행도 우연히 동막골에 도착한다. 국군과 연합군 그리고 인민군이 한 군데 모이면서 마을은 혼란에 휩싸인다.
이 영화가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대히트할 수 있도록 이끈 것은 결국 판타지와 아이러니의 힘이었을 것이다. 바깥 세상에서 동족상잔의 참극이 펼쳐져도, 깊은 산골 어딘가엔 적군도 아군도 없이 모두가 놀이처럼 일하며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유토피아가 있다는 것. 수류탄이 터진 후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눈처럼 날리고, 모두가 힘을 합해 멧돼지를 잡는 장면들이 극중 흡사 꿈이나 환상처럼 묘사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박광현 감독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최대한 강조해 유머를 구사하거나 주제를 강조한다. 하늘을 향해 천진하기 이를 데 없는 미소를 짓는 여일의 얼굴에서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 그렇다. 좀더 진전되면 여일이 본 것은 미군 전투기가 추락하는 모습이었음이 밝혀지니까. 대치하던 인민군과 국군을 화해시킨 것이 결국은 쏟아지는 잠이었다는 것,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넘어서서 마을 안에 따뜻한 공동체를 구축하게 만든 것이 따지고 보면 주민들의 무지 때문이라는 것 등에서 이 영화의 색채가 그대로 드러난다. 단지 반전영화적인 틀을 넘어서 반문명론적이기까지 한 이 작품의 기조는 말미에서 탐욕스런 외부세계와 충돌하여 산화하며 관객의 가슴에 멍울이 맺게 한다.
“마~이 아파”라는 유행어를 낳은 강혜정의 ‘바보’ 연기가 뛰어나고, 극 전체의 중심추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정재영의 역할이 돋보인다. 이분법적인 도식과 다른 영화들을 자주 떠올리게 하는 관성적 묘사가 아쉽긴 하지만. 2005년작. 133분. ★★★(별 5개 만점)
8일 친절한 금자씨 KBS2 밤11시20분

박찬욱 감독의 빼어난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는 괴작(怪作). 엽기적인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탄탄하게 끌고 가면서 화려하게 구사하는 시청각적 기교로 이미지의 성찬(盛饌) 같은 느낌을 준다. ‘봄날은 간다’와 함께 이영애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최민식이 악역을 맡았고, 송강호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유괴범으로 죄를 뒤집어쓰고 투옥됐던 여자가 출옥 후 벌이는 복수극을 다뤘다. 2005년작. 112분.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