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감독들도 '멀티 시대'다.
연기파 감독들의 카메오 출연이 늘고 있다. 카메오란 저명한 인사나 인기 배우가 극중 예기치 않은 순간에 등장, 아주 짧게 하는 연기나 역할을 의미한다. 한데 메가폰을 잡은 감독들이 카메오로 나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연기력도 배우 못지 않아 '스크린의 감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CF 스타'인 이준익 감독은 추석 개봉작 '라디오 스타'에서 강원도 영월의 한 중국집 주방장으로 변신했다. 별 대사 없이 중국집 배달원을 때리는 '액션'으로 관객들의 폭소를 이끌어 냈다. 최동훈 감독은 단골 카메오다. '타짜'에서도 얼굴을 내밀었다. 집중하지 않고는 좀처럼 찾아내기 힘들지만 그는 김혜수가 구치소에서 출감하는 장면서 교도관으로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괴물'에서 박해일을 사무실로 데려와 형사들에게 넘기려 한 이동통신사 직원은 바로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이었다. 그는 "카드 빚이 6천이야"라는 이 한마디 대사로 대한민국 샐러리맨의 속을 헤집어 놓았다. '짝패'의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던 류승완 감독은 박찬욱 감독 작품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복수는 나의 것'과 '친절한 금자씨'에서 각각 중국집 배달원과 지나가는 행인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19일 개봉하는 '거룩한 계보'의 장진 감독도 빼놓을 수 없는 연기파 감독이다. '킬러들의 수다'에서의 살인 의뢰인, '아는 여자'의 취조 형사 등 자신의 영화마다 매번 깜짝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자객'으로 나왔다. 더욱이 정준호가 타고 있는 차를 들이받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액션연기까지도 단 한번의 NG없이 끝내 그간 쌓아온 연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이 장면이 관객과는 만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충무로 최고의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마지막 편집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그 부분을 싹둑 잘랐기 때문이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