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길이 안 보인다

〈제12보〉(156~171)=중국 기사가 4강을 독점한 이번 춘란배 결과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한국 기사가 메이저 국제대회 4강서 전멸한 것은 초기 후지쓰배 대회를 제외하면 처음 있는 일. 반면 올 들어 거의 모든 국제 타이틀을 석권하던 중국은 자국 주최의 춘란배 첫 우승이란 염원까지 달성했다. ‘동북공정’이란 이름의 횡포 속에서 찬란했던 한국 바둑마저 허물어지는 듯해서 안타깝다.
156 한 칸 뜀은 당연한 반격. 흑은 161에 부딪쳐 필사적 안간힘을 계속해 본다. 164로는 ‘가’로 두어 서로 사는 정도로 쉽게 갈 수도 있건만 가차없이 차단했다. 마치 “자꾸 귀찮게 버티면 몽땅 잡아버리겠다”는 포효 같다. ‘한 방’을 노리며 휘둘러오는 상대에게 대한 두려움 따위는 전혀 안 보인다.
참고도를 보자. 167로 6까지를 선수한 후 7로 틀어막으면 중앙 백을 엮는 수단이 없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물론 짜릿한 역전.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 8로 젖히면 후속 수단이 안 보인다. 고심 끝에 167로 늘자 백은 170까지 유유히 적진을 돌파했다. 이세돌은 그래도 171로 절단,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