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늘 때리는 역할만 하다 맞으니 어색"

"늘 때리는 역할을 하다가 이번에 두들겨 맞아보니 좀 어색하더라." 톱스타 정준호가 연기를 위해 자신을 한껏 낮췄다. 영화마다 톱 타이틀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그는 새 영화 '거룩한 계보'(감독 장진)에서 제대로 망가졌다. 전작에 비해 현저하게 비중이 낮은 역할에도 아랑곳없이 연기투혼을 불살랐다. 9일 첫선을 보인 '거룩한 계보'에서 그가 맡은 역은 폭력조직의 '넘버3'. 왼팔잡이 보스의 '오른팔'로 역할 자체나 극의 비중에 있어서 죽마고우 '동치성'(정재영)보다는 덜 부각되는 인물을 연기했다. 당초 영화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정재영과 '투톱'처럼 소개되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조직의 배신에 분개하며 복수하러온 동치성에게 실컷 얻어맞는 장면은 확실히 그가 기존에 맡았던 '중심'에서 벗어나 있음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정준호는 '조연급'이라는 평가에 대해 오히려 프로페셔널다운 소신을 밝혔다. 그는 "영화에서 내 비중이 (이전에 비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1년에 내 생일은 단 하루이고, 364일은 다른 사람의 생일인 것처럼 캐릭터와 영화적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말했다. 비중은 다소 작을지 몰라도 그의 연기만큼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걸쭉한 남도 사투리, 코미디와 비장미를 관통하는 연기가 돋보였다. 특히 엔딩에서 보여준 무게감은 초반의 가벼움을 뛰어넘었다. 정준호는 "역할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다. 다만 장진 감독과 동료 배우들에 대한 신뢰, 캐릭터의 매력이 이번 영화로 나를 이끌었다"며 만족해했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