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영남의 산 - 황악산

▲ 주능선 전망바위에서 올려다본 황악산 산등성이.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는 추풍령. 백두대간 마루금이 남쪽으로 추풍령을 지나 한 굽이를 넘어서면 괘방령이다. 괘방령에서 시작되는 산등성이는 경북 김천시와 충북 영동군을 가르며 황악산(黃岳山)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김천을 대표하는 산으로 예로부터 학이 많이 찾아와 황학산(黃鶴山)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의 1:50,000 지형도에는 아직도 황학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직지사 일주문(‘黃岳山 直指寺’)과 경내의 황악루 등의 현판에는 황악산으로 쓰고 있다. 또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중환이 쓴 택리지에도 황악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황악산은 주봉인 비로봉과 함께 운수봉(668m), 백운봉(770m), 형제봉(1,035m), 신선봉(935m), 망월봉(580m) 등이 말발굽처럼 이어진다. 산세는 완만한 육산으로 암봉이나 절벽이 없고 산 전체가 수목으로 울창하다. 이 산등성이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깊은 골짜기를 파놓아 능여계곡을 비롯해 내원계곡, 운수계곡이 비경을 숨기고 있다.

▲ 사철 경관이 뛰어나 언제나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황악산.

또 사철 경관이 뛰어나 언제나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봄이면 벚꽃을 비롯한 야생화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폭포로 연결되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울창한 숲이 있어 좋다.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온 산을 치장하고, 겨울이면 유난히 눈이 많아 아름다운 설경은 넋을 잃게 만든다.

산행 들머리는 직지사. 사실 황악산의 대다수 등산로는 직지사를 기점으로 발달해 있으며, 교통편 또한 매우 편리하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절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유명 사찰의 사하촌과 다를 바 없이 숙박업소와 음식점들로 즐비하다. 매표소에 이르기 전 오른편에는 직지문화공원이 있다.

이 공원 안에는 국내 최대 크기의 목장승, 고대 성곽, 야외공연장, 조형음악분수, 각종 수목과 야생화, 국내외 유명작가의 조각 작품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비(詩碑) 등이 있다. 또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에는 동서양의 유명 자기 작품을 비롯해 유럽의 크리스탈 작품 등도 구경할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직지사 원점회귀코스

▲ 직지사 들머리에 자리 잡은 직지문화공원의 야경.(왼쪽)‘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에서 유래된 직지사.(오른쪽)

공원을 지나면 직지사 경내로 들어서는 입구다. 황악산은 특별히 도·국립공원이 아니어서 입장료가 없지만, 직지사 뒤 등산로를 이용하려면 사찰 입장료(어른 2,500원)를 내지 않고는 통과할 수 없다. 특히 산불방지기간인 11월1일부터 다음해 5월15일까지는 사찰에서 입산통제를 철저히 하는 관계로 산행이 어렵다.

동국제일가람황악산문(東國第一伽藍黃嶽山門)을 지나면 일주문을 만나고 곧이어 직지사 경내로 들어선다.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2년(418) 아도화상이 창건한 고찰이다. 직지라 함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에서 유래되었다.

일설에는 창건주 아도화상이 일선군(지금의 선산군) 냉산에 도리사를 건립하고, 멀리 김천의 황악산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 산 아래에도 절을 지을 길지(吉地)가 있다”고 하여 직지사(直指寺)라 했다는 전설도 있다.

한편 고려 때 능여화상이 직지사를 중창하면서 자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자기 손으로 측지(測地)하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란 설도 있다. 이는 모두 창건설화와 연관된 직지(直指)의 미화된 전설에서 유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선조 때는 8대 사찰 중 하나로,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운 호국성사 사명대사가 입산해 한때 주지로 있던 곳이기도 하다. 벽계 정심선사가 법난 때 이곳에 칩거하여 한국 선종의 대맥을 이었으며, 고종 년간에 일부 중수가 있었다. 1970년부터 현재의 전각과 당우를 중창, 지금은 30여 동의 대규모 사찰로 변했다. 특히 국제불교연수회관(만덕전)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는 조계종 제8교구 본사다.

일주문 기둥은 천 년 묵은 칡뿌리와 싸리나무라고 한다. 비로전(일명 천불전)에는 경주옥돌로 만든 1천 개의 아기부처가 봉안되어 있다. 이 불상들 가운데 숨은 듯 섞여 있는 동자상을 첫눈에 찾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또한 69kg의 금을 넣어 제작한 범종도 눈길을 끈다.

▲ 울창한 숲터널의 콘크리트도로는 운수암까지 연결된다.

사찰 내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보물 제319호), 대웅전 앞 3층석탑(보물 제606호), 비로전 앞 3층석탑(보물 제607호), 청풍료 앞 3층석탑(보물 제1186호), 대웅전 내 삼존불탱화 3폭(보물 제670호), 금동자물쇠(보물 제1141호) 등의 문화재가 있다.

절집을 나서서 다리를 건너 왼편 도로를 따라 오르면 화장실이 있다. 이곳에서 연이어지는 포장도로는 운수암까지 닦여 있어 약 30여 분간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은선암 갈림길을 지나 화기물 보관 입산통제소가 있다. ‘정상 4,400m’ 표지판과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곳이다.

이곳부터는 하늘을 가린 울창한 활엽수가 숲터널을 이루고 있다. 숲 사이로 차량 통행이 가능한 콘크리트 포장길을 계속 따르면 명적암, 백련암, 운수암 갈림길이 차례로 나타난다. 갈림길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등산로를 잘 안내하고 있지만, 사실은 등산로가 아니라 암자까지 연결되는 차량통행로다.

▲ 등산로에 설치된 각목계단은 심한 피로감을 안겨준다.(왼쪽)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갈참나무 숲길로 너무나 한적해서 좋다.(오른쪽)

운수암과 갈라지는 왼편의 등산로 초입은 임도로 착각할 정도로 넓지만 곧바로 지능선으로 붙는다. 30분 정도 소요되는 주능선 안부까지 경사가 만만찮다. 곳곳에 설치된 각목 계단은 걷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한 피로감을 안겨 준다.

주능선 안부에는 나무의자가 설치돼 있는 쉼터로 사거리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충북 영동군 매곡면 어촌리다. 왼편은 정상, 오른편은 운수봉(천덕산)을 거쳐 괘방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길. 119 구조요청 2번 지점과 정상 2,260m라는 안내판도 있다. 백두대간 표지리본이 나뭇가지를 빽빽하게 장식하고 있어 대간꾼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길로 20분쯤이면 백운봉에 닿게 되고, 곧이어 나무의자가 놓인 쉼터. 숲속을 벗어나 고도를 높일수록 서서히 조망이 트인다. 다시 40분 정도면 ‘정상 1,000m’ 표지판을 지나 전망이 시원한 바위지대에 이른다. 정상은 물론이고 능선으로 연결되는 산봉우리와 계곡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에서 흘러내린 계곡들이 마지막 모이는 합수점에 자리 잡은 직지사도 아늑하게 보인다.

전망바위를 뒤로하고 20분쯤 오르면 갑갑하던 숲길을 벗어난다. 하늘이 열리고 키 높이로 자란 억새가 물결치는 초지대가 펼쳐진다. 오른편 산등성이로 올라서면 헬기장이 있는 널찍한 공터가 있어 주변을 조망하며 땀을 식히기에 좋다.

▲ 정상에는 조그만 케언이 있고 삼각점과 두 개의 정상석이 있다.

여기서 100m 정도 떨어진 정면의 정상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억새밭 사이를 지나 짧은 계단길을 올라서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조그만 케언이 있고, 삼각점(영동 23, 1981 재설)과 두 개의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옆에는 백두대간 해설판이 서있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너무나 광활하다. 북쪽으로 백화산 포성봉과 그 너머로 속리산 자락이 보이고, 동쪽에는 황악산 골짜기를 지나 경부고속도로, 경부선 철길과 고속철도가 실선처럼 이어지고 있다. 또 김천시가지와 구미 금오산이 시야에 와닿고, 그 오른편 멀리로는 가야산, 수도산 일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남쪽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 조망은 일품이다. 우두령을 지나 민주지산의 삼도봉, 석기봉, 각호산은 물론 멀리 대덕산, 덕유산 능선도 아련하다.

하산은 남쪽 주능선을 따른다. 5분쯤이면 왼편 능여계곡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다. 능여계곡은 황악산의 동쪽 급사면 지대로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좋지 않다. 이곳은 웬만한 산꾼들도 피하는 곳으로, 더군다나 초행길인 사람은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겨울철 이 계곡 하산은 절대 피해야 할 것이다. 굳이 계곡길을 택하고 싶다면 형제봉을 지나 왼편 내원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상에서 갈림길을 지나쳐 15분이면 닿게 되는 형제봉은 특별한 표시가 없다. 형제봉에서 10분쯤이면 오른편으로 백두대간의 바람재로 이어지는 길과 신선봉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선다. 119 구조요청 10번 지점인 이곳에서 왼편 능선을 따라 30분 정도면 신선봉에 닿게 되는데, 작은 봉우리 두 개를 넘지만 그렇게 심한 오르내림이 없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중간에 왼편 계곡으로의 갈림길이 있지만, 갈참나무숲 사이로 연결되는 외길 등산로만 따르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조용한 산길은 주변 조망이 어려워 다소 갑갑한 느낌이 들지만 너무나 한적해서 좋다.

신선봉 역시 어떤 표시도 볼 수 없으며, 길은 둘로 갈라진다. 여기서 능선만 보고 직진하면 운수리 백운 마을로 내려가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리본이 많이 달려 있는 왼편 길로 내려서야 된다. 급경사 내리막은 낙엽이 쌓여 미끄럽다. 길 왼편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황악산 정상부가 보이고, 30분 정도면 망월봉 직전 안부에 이른다.

숲이 짙은 안부에서 왼편으로 꺾어 5분이면 계곡을 만나고, 곧이어 석종형 부도 3기가 있는 곳을 지나 능여계곡 본류와 마주친다. 가을이면 색색으로 물드는 단풍이 계류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뽐내는 곳이다.

한 차례 계곡을 건너면 널찍한 길 옆에는 상수원 보호구역 팻말과 함께 철조망이 계곡을 막고 있다. 20분쯤이면 내원교를 지나 입산통제소에 닿는다. 직지사 저녁종소리를 들으며 어둠이 깔리는 경내를 빠져나오면 산행 들머리인 원점에 서게 된다.

산행안내

매표소~직지사~입산통제소~운수암 갈림길~주능선 안부~정상~바람재 갈림길~신선봉~망월봉 직전 안부~직지사~매표소 <5시간30분 소요>

매표소~직지사~입산통제소~운수암 갈림길~주능선 안부~정상~형제봉~대원계곡~직지사~매표소 <5시간 소요>

향천3리(묘내)~능선~운수봉~주능선~정상~바람재 갈림길~신선봉~망월봉 직전 안부~직지사~매표소 <6시간 소요>

괘방령~운수봉~백운봉~정상~형제봉~대원계곡~직지사~매표소 <5시간30분 소요>

교통

김천은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문의 철도고객 안내 1544-7788).

서울역→김천역(새마을·무궁화) 평일 21회(06:23~23:00), 주말 3회 증편 운행하는 경부선 이용.

부산역→김천역(새마을·무궁화) 평일 26회(04:45~23:00), 주말 3회 증편 운행하는 경부선 이용. 이외에 부전, 해운대, 포항, 울산,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경부선 열차 이용, 김천 하차.

김천→직지사  김천역 앞에서 5~10분 간격(06:30~23:00)으로 운행하는 11번(일반버스), 111번(좌석버스) 이용. 택시는 10,000원 안팎(김천콜택시 054-435-8900).

숙박(지역번호 054)

직지사 상가단지 내에는 숙식을 해결할 곳이 많고 다양하다. 숙박은 부산장(054-436-6205), 세림여관(054-436-6025), 천일여관(054-436-6038), 샤르망모텔(054-431-6119) 등이 있다.

촌두부, 장떡, 빈대떡, 산채무침, 도토리묵, 산채해물파전, 산채한정식, 된장찌개백반, 더덕구이, 버섯볶음, 두릅회, 더덕회 등 다양한 먹거리를 자랑하는 식당도 많다.

서울식당(054-436-6121), 일직식당(054-436-6027), 송악식당(054-436-6403), 한일식당(054-436-6057), 경북식당(054-436-2455), 영일식당(054-436-6385), 산중고을(054-436-6023), 한성식당(436-6179), 청산고을(436-8030) 등이 있으며, 직지사 가기 전 대하면 복전리 마을회관 맞은편 정든묵집(054-436-6546)의 메밀묵은 별미 중 별미다.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