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계보' 장진 감독이 만들면 다르다

조폭 영화는 매년 수십편씩 쏟아진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영화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손을 대는 매력적인 소재다. 장진 감독의 여섯번째 장편 '거룩한 계보'(제작 KnJ엔터테인먼트, 필름있수다)는 전형적인 조폭 영화다. 하지만 장 감독이 만들면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평가처럼 이번 신작도 웃고 울리는 재주가 넘친다. '친구'(감독 곽경택)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감독 송해성)에서 받은 잔잔한 감동들이 뒤범벅돼 물밀듯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주연은 두 명이지만 영화는 치성(정재영)과 주중(정준호), 그리고 순탄(류승룡)을 매개로 한 세 남자의 이야기다. 이들은 오랜 친구 사이로 같은 조직에 몸담는다. 그러나 한 사람씩 운명이 엇갈린다. 시발점은 치성이 조직을 위해 죄를 뒤집어 쓰고 투옥된 감옥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형수 순탄을 만나면서부터다. 뒤이어 치성도 순탄에 이어 조직에서 버림받는다. 반면 조직에 남은 자인 주중은 갈등에 빠진다. 장 감독은 이전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탔다. 관객들과의 '보편적 소통'이다. 장 감독의 영화는 늘 엉뚱함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기막힌 사내들'(1998년), '킬러들의 수다'(2001년), '아는 여자'(2004년), '박수칠 때 떠나라'(2005년) 등에서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도 엉뚱함이 없지 않다. 주중이 쏜 총에 전투기가 추락해 치성이 탈옥하는 장면은 '엽기의 압권'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그는 틀을 깼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상업이라는 단어와 점점 가까워진 장진을 발견할 수 있다. 진화된 남성 누아르라고나 할까. 또 상업 영화로 추가 기운 것에 대해 폄하할 수 없는 것은 대사에 흘러넘치는 재치가 여전하다. "나요, 군대 현역 갔다 왔지요. 또 몸뚱이에 문신이라고 한 개도 없지요. 또 뭐요? 응… 순천 지역 유네스코 회원에다가 매년 3만원씩 뭐시냐, 그 국경없는의사회 성금도 낸다 이 말이요. 아 근디 내가 어딜 봐서 깡패요?"라는 주중의 대사는 화려한 수사의 전형으로 배꼽을 잡게 한다. 아울러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126분)에도 불구하고 호흡도 짧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여기에다 정재영과 정준호 두 주연 배우와 류승룡 이문수 이한위 등 조연들의 호연이 한데 어우러져 남자들만의 '찐한 향수'가 정겹다. 남자의 계절, 가을이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거룩한 계보'의 길을 나서면 결코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