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고수의 습성

〈제10보〉(106~119)=106 또한 아마추어의 눈엔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수. 백은 무조건 ‘가’로 흑 ▲를 차단, 중앙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기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참고 1도를 보자. 백 1로 퇴로를 막으면 이하 7까지의 외길 진행 후 흑 8의 묘착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를 직접 차단하는 수는 없었다는 얘기.
직선 길이 막히면 우회해서 대체 수단을 찾는 게 고수들의 또 다른 습성이다. 백은 107, 109로 흑에게 중앙 진출을 허용한 대가로 나중 118의 이득을 남겨 놓았다. 일단 손을 뺀 린즈한, 110에 이어 마침내 상변을 정리한다. 중앙 흑이 두터워지자 117까지 오른 쪽을 아낌없이 버리고 왼쪽 백이 살아가는 바꿔치기를 택한 것.
112 이후 수순은 외길이다. 113으로 참고 2도 1로 반대 쪽에서 단수치는 것은 5까지 일단락된 듯싶지만 백 A의 ‘폭탄 패(覇)’가 남아 흑이 못 견딘다. 결국 118로 잡고 흑도 119로 진군하는 흥정이 이뤄졌다. 형세는 아직도 흑이 유리하되 그 차이는 반면(盤面) 10집 이내. 백이 맹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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