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고정 관념

〈제12보〉(132~145)=프로들에게 바둑이 느는 비법을 물으면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사고(思考)의 틀을 깨 발상을 뒤집는 습관을 가지면 새로운 시야가 트인다니, 속는 셈치고(?) 한 번 시도해 볼 일이다. 132는 일견 너무도 당연한 수. 대부분의 경우 이런 곳은 무조건 틀어막는 게 법수(法手)로 통한다.
하지만 이 경우엔 더 좋은 곳이 있었다. 133으로 내려빠지는 한 수. 이 상황이라면 흑이 132로 솟아봤자 중앙 백진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137까지, 단 한 수의 만심 탓에 우변 백 집이 순식간에 흑 집으로 변해 버렸다. 천신만고 따라잡았던 백의 추격마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138은 자체론 141 자리로 끊어먹는 것이 크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참고도 흑 4로 뛰어 A와 B를 맞보는 수가 숨어있는 것. 144와 145는 ‘맞보기’로, 이로써 모든 지역의 경계선이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형세는 다시 흑의 반면(盤面) 10집 정도 우세. 린즈한은 찌푸린 얼굴로 또 한 번의 승부처를 찾아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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