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출근', 코믹에 서스펜스 가미 인상적

세상은 돌고 돈다. 그렇다고 유괴가 과연 돌고 돌까. '잔혹한 출근'(제작 게이트 픽쳐스)은 이중유괴라는 다소 황당하고 기막힌 소재를 다루고 있다. 장르도 코믹 서스펜스를 표방하고 있다. 주인공 동철(김수로)은 지독히 '못난 가장'이다. 회사에서 잘리고, 주식 투자까지 실패해 사채를 끌어 쓴다. 하지만 사채는 독버섯이다. 매일 사채 이자를 갚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점점 늪으로 빠진다. 그리고 '지하 은행'에서 만호(이선균)를 만난다. 만호도 동철에 못지 않다. 젊은 나이에 사채의 덫에 걸려 참담한 인생을 살고 있다. 인생의 낭떠러지에 선 동철과 만호. 최후의 한방으로 유괴를 선택한다. 하지만 둘의 인생이 그렇듯, 유괴도 만만치 않다. 첫번째 도전에서 실패한 이들은 두번째 거사에서 부잣집 여고생(고은아)을 납치한다. 그러나 바로 이때 동철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너의 딸을 유괴했다. 네 딸을 구하려면 이번 유괴에 성공해라"라고. 일단 새로운 시도는 눈에 띈다. 코미디에 서스펜스를 가미시킨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아울러 기존의 '가문', '두사부' 시리즈와는 달리 코믹 영화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혔다. 여기에다 처음으로 장편 영화에 도전한 김태윤 감독의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하지만 코미디와 서스펜스, 감동, 부성애 등 여러마리 토끼를 잡으려다보니 자가당착에 빠진 면도 없지 않다. 드라마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 반전을 통해 모든 것을 쓸어담으려고 하지만 이 또한 1%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도 주연 배우들의 호연은 인상적이다. '생계형 아마추어 유괴범'인 김수로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특유의 개인기나 슬랩스틱에 의존하지 않고 108분간의 극을 절제된 연기로 이끌었다. 새로운 변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또 고은아의 아빠 역을 맡은 오광록은 연기파 배우라는 명성에 걸맞게 탄탄하고 중후한 색깔로 뒤를 받쳐줬다. 이밖에 이선균과 고은아 등도 배역에 똑 떨어지는 톡톡튀는 연기로 제몫을 했다. 바야흐로 멜로 영화의 계절인 가을이다. 과연 '잔혹한 출근'이 멜로물의 틈새에서 어떤 위력을 발휘할까. 11월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스포츠조선 김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