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2회전 제3국

〈제13보〉(146~200)=한·중·일 등 동양 3국은 ‘돌을 거두는’ 타이밍에서도 차이가 있다. 바둑을 예도(藝道)로 숭앙하는 일본은 대세가 기울면 담백하게 패배를 선언하는 것을 미덕으로 친다. 반면 일찌감치 바둑을 스포츠로 받아들인 중국 기사들의 경우 중도 포기란 여간 해선 없다. 좋게 봐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감투정신’인데, 너무 구차하게 승부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줄 때도 많다. 한국은 그 중간쯤 될까.
승부는 결정됐건만 린즈한은 항복할 생각이 전혀 없는 눈치다. 146은 이해할 수 없는 수. 누가 봐도 ‘가’의 젖힘이 더 크다. 149, 151은 흑의 권리이고, 153 이하 158도 이렇게 될 곳. 161까지 빼앗겨선 더 이상 해볼 데가 없다. 이후는 중국 기사 특유의 스포츠 정신(?)으로 판을 메워간 수들. 195로 196은 참고도의 코스로 1집 손해다.
두 대국자는 이 뒤에도 좌변의 패(覇)를 놓고 무려 100수를 더 대치하는 지리한 공방 끝에 장장 300수에 판을 끝냈다. 승부 차이는 반면(盤面) 10집으로 흑의 3집 반 승. 근소해 보이지만 흑의 막판 안전 운행도 한 몫 했다. 마지막 100수는 승부와 무관하므로 여기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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