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따윈...' 문근영, 스무살 첫 작품...성인연기 신고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내뿜는 여인의 향기는 어떤 것일까? 어린 누이처럼 늘 곁에 서 있을 것만 같았던 문근영이 '사랑따윈 필요없어'(감독 이철하, 제작 싸이더스FNH)에서 본격적인 성인 연기에 도전했다. 상대는 실제 열다섯살이나 많은 김주혁. 그들이 그리는 멜로는 슬픈 듯 아련하다. / 편집자주 15살 연상 김주혁이 본 문근영? "자기관리 철저한 여배우죠"

"평소 친한 여동생이죠. 하지만 촬영장에선 여배우로 만났어요." 사실 문근영보다는 김주혁의 고민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자꾸 거론돼서 괜히 부담스러운 열다섯살의 나이차. 평소 같은 소속사에서 지내면서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이자 동생인데 막상 극중에서 연인으로 만났으니 말이다. "그래도 남자배우 대 여자배우로 하는 거죠. 근영이도 이제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잖아요. 겉모습이 귀여워서 그렇지 속은 어린애가 아니에요. 정말 많이 성숙한 여배우예요." 뭘 물어볼지를 알고 있었다. 김주혁은 문근영 얘기가 나오자 그가 본 그녀를 느낀 그대로 털어놨다. "노련미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꾸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나이가 들어버린 배우들은 오히려 그걸 찾으려고 하거든요. 순수함, 맑음, 자연스러움…. 이런 게 자칫 어설퍼 보일 수는 있어도 자기 스스로 만족하면 된다고 봐요." 그에 따르면 문근영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배우다.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빈틈없고 철두철미하다. 예의바른 이미지도 아마 이런 데서 나오는 듯하다. "남들에게 이렇게 하려면 참 힘들 거예요. 하지만 근영이는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잘 견디는 것 같아요. 즉, 잘 교육받았다는 얘기죠." 덕분에 김주혁은 문근영과의 멜로가 주위에서 미뤄 짐작하는 것 만큼 어색하지 않았다. '큐' 사인과 함께 철저히 배역에 몰입하는 프로 근성이 불필요한 잡념을 날렸다. "편집본을 봤는데 러닝타임이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더라구요. 우리 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자세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 그외에 아쉬운 건 없어요." 그래도 한가지 걱정스러운 게 있다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기대와 평가. '멋진 남자'에 대한 욕망 끝에 선택한 작품인데 주위에서 어떻게 봐줄지가 항상 고민이다. "첫번째 영화인 '…홍반장' 때가 생각나요. 개봉 전 예매율이 상승세였는데 개봉 당일 대통령 탄핵사건이 터지면서 낭패를 본 일이 있죠. 설마 이번에도 그러겠어요? 북쪽에서 별일만 없으면 될 것 같아요. 하하." 동생은 어느날 '여인' 이 되었다 스무살의 첫 작품…성인연기 신고

그녀가 문화의 거리인 서울 삼청동에 나타났다. 나른한 오후 망중한을 즐기던 '아줌마'들이 그녀를 보자, 맨먼저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모두가 입을 뗀다. "야~, 저 뭐냐. 국민여동생, 아니 국민배우아냐." 문근영. 성년이 된 그녀를 만났다. 얼마나 달라졌을까 의문이 갔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속에서도 문근영은 늘 그자리에 있었다. 해맑고 진솔했다. 특히 난감한 질문에도 똑부러지는 답변에 놀라고 또 놀랐다. 문근영이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돌아왔다. 1년 만이다. 역할부터 범상치 않다. 앞을 보지 못하는 류민 역이다. 그녀의 세상은 온통 검정색이다. 또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를 상속받지만 그녀는 홀로 세상에 내던져진다. 그러면서 오빠를 사칭하는 호스트인 줄리앙(김주혁)과 만나 새로운 세계를 알게된다.

문근영은 이번 영화를 통해 '국민여동생'에서 '국민배우'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특히 눈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온몸으로 완벽히 소화하며, 연기 인생에 또 다른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우선 시각장애우들을 만나 습관과 행동을 배웠다. 단 시선 처리의 경우 연습했던 이론과는 달라 촬영을 하면서 카메라 각도와 위치를 고려해 그때 그때 맞췄다고 한다.

난산끝에 나온 영화라 색깔이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더니 문근영은 "처음에는 검정색이었다. 그러나 검정색의 마음이 만나서 밝은 색깔로 변해간다. 빛을 찾기 위한 영화인 것 같다"며 성숙한 답변을 내놓았다. 스무살 문근영은 꿈이 넘친다. 연기도 그렇고 대학 생활도 그렇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본격적인 첫 성인 연기 신고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더니 "나름 대로 해석하면 스무살의 첫 작품이어서 그렇게 평가하는 것 같다. 어쨌든 변화를 주목하는 것 같아 감사하다. 하지만 지금도 과정에 있다. 인생을 알아 가면서 연기도 깊어질 것"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또 대학(성균관대 인문학부 1학년)에서는 '문근영식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문근영은 소문난 모범생이다. 이번 학기에도 17학점을 신청했다. 바쁜 스케줄로 눈코뜰새 없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로 단 하루 결석한 것을 빼곤 '전출'이다. '왜'라고 질문하니 "빠지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리고 철학적인 답변이 이어진다. "연예인이라 누려야 할 재미를 못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덜 자유를 갖는 것에서 또 다른 자유를 만끽한다. 그래서 너무 좋다." 영화 개봉을 앞둔 문근영. 그녀는 오히려 담담하다. 영화 촬영을 하면서 거짓이란 것이 없어서 행복했고, 즐거웠다고 한다. 또 관객들로부터도 "재밌게 봤다는 평을 듣고 싶다"며 웃는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