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옥상옥

〈제5보〉(56~67)=위빈(兪斌)은 제2회 대회 이후 빠짐없이 출전해 온 ‘친 LG배 기사’. 만 10년간 17승(12패)으로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에 이어 다승 4위를 마크 중이다. 2000년 4회 대회를 제패할 때 ‘복덩이(딸)’까지 얻었던 걸 보면, 기전(棋戰)도 인간 사회처럼 인연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56의 대형 감투(?)가 멋지다. 설혹 우하귀를 흑에게 내주더라도 좌변을 백 천지로 만들겠다는 스케일 큰 발상. 이 수로 참고 1도 1로 한 칸 더 가는 것은 2 이하의 반격을 받아 8까지 죽도 밥도 안 된다. 57로는 59쪽에 빠져 실마리를 구할 수도 있다. 58도 고심의 한 수. 참고 2도 1로 건너면 4까지 ?의 위치가 머쓱해진다.
64까지는 일견 흑은 다 넘어가고 백은 빈 껍데기만 남은 모습. 조훈현이나 이세돌 같은 ‘투사’들이라면 상상도 못할 온건책인데, 그러나 이런 ‘조한승류’가 훗날 ‘말’을 하니 신기한 일이다. 여기서 위빈의 의문수가 터졌다. 66으론 당연히 ‘가’로 벌려갈 장면. 백 ‘나’면 흑 ‘다’로 충분하다. 67은 옥상옥(屋上屋)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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