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본성의 감동보고서 '열혈남아'

영화 '열혈남아'(감독 이정범, 제작 싸이더스FNH)는 조폭 영화도, 최루성 영화도 아니다. 주인공 설경구의 말마따나 '생으로 찍은' 인간 본성과 삶에 대한 보고서 같은 영화다. 이 영화에는 그럴싸한 장면의 연출은 물론, 멋진 캐릭터 하나 없다. 두 시간 내내 때로는 냉소와 실소를 유발하고, 때로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하면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조직의 아웃사이더 재문(설경구)은 친구 민재(류승룡)와 '작업'을 하던 중 엉뚱한 사람을 죽이고, 그 때문에 자신의 눈 앞에서 민재를 잃는 슬픔을 겪는다. 복수를 결심한 재문은 조직의 '오더'도 없이 신참 건달 치국(조한선)과 함께 민재를 죽인 대식(윤제문)의 고향(전남 벌교)으로 내려간다. 대식의 어머니 점심(나문희)이 운영하는 국밥집을 배회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그런데 대식이 마을 체육대회에 참석하기까지 일주일간 재문은 심한 정신적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건달 자식을 둔 어머니지만, 한없이 순박한 마음을 가진 점심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원래 '열혈남아'와 '개들의 왈츠', 두가지 제목을 두고 선정에 고민을 했었다.　친구의 복수를 위해 '작업'을 결심하는 재문이나, 신참 건달 치국이나, 피 묻혀 번 돈으로 고향 마을에서 명사 노릇을 하는 대식이나 모두 자기들 딴에는 '열혈남아'들이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이들은 그냥 '주먹밥'을 먹는 '개'에 불과하다. 재문은 스스로 '의리 때문'이라고 '작업'의 명분을 세워도 실상 그 이면에는 한없는 나약함과 비열함이 숨어 있다. 치국 역시 재문을 닮지 않으려 발버둥치지만, '조직이 시키면 해야 하는' 건달이 돼 간다. 카메라는 담담해도 배우들의 호연이 빛난다. '설경구표 연기'는 여전했고, 나문희 역시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조한선은 다소 어색한 감이 있지만, 치국 자체가 어수룩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특히 장중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나오는 이 영화의 엔딩신은 '게임의 법칙'(1994년)의 그것에 비견될 만한 명장면이다. 9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