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과욕의 한 수

〈제9보〉(108~127)=조한승은 3년 전 혼자 1300명을 섬멸한 경력이 있다. 모 바둑 사이트 주최로 열린 네티즌들과의 대결 때 얘기. 접속자가 가장 많이 누른 점을 흑의 착점으로 채택하는 방식이었는데 백 불계승으로 끝났다. 5점 접바둑 이벤트이긴 했어도, 어쨌든 아기까지 품은 채 조조 대군(大軍)의 숲을 뚫고 탈출한 조자룡이 떠오르지 않는가.
108로 109면 흑 2점을 잡지만 흑 ‘가’ 때 난처해진다. 110으로 참고 1도 1은 13까지 필연(11…6). 이 그림은 하변이 크게 넘어간데다 A, B가 남아 흑의 대만족이다. 따라서 110, 112는 절대이자 최선인데 전체 형세는 아직도 흑이 약간 좋다는 중론.
이 때 흑에게서 과욕이 등장했다. 113으로 126이었으면 흑승이 유력했을 것이다. 114로 반상(盤上) 최대처를 차지했을 때 115도 실수. 참고 2도 1로 그냥 넘었어야 훗날 C를 담보로 흑 D가 선수가 된다. 그 차이는 컸다. 120 이하 125까지 팻감 공작을 마친 조한승, 마침내 126의 승부 패를 결행하고 나섰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