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세상이 달라졌고, 대학 가는 길도 많이 변모했다. 하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의 풍속도다. 올해의 D-데이는 16일. 이날 밤 만큼은 수험생들의 '광복절'이다. 그동안 짓눌렸던 세상의 무게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저마다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거리로 나선다. 물론 극장가는 이들이 '0순위'로 찾는 해방구다. 수능일에 맞춰 포복절도할 코미디만으로 채워진 한 편의 영화가 빛을 본다. 전은강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감독 김성훈, 제작 투모로우엔터테인먼트ㆍ아이러브스네마)이다. 살짝 링컨의 주옥같은 연설을 패러디하자면 영화는 '코미디의, 코미디에 의한, 코미디를 위한 작품'이다. 정말 어울리는 '한 쌍'이 부자지간으로 만났다. 환갑을 앞둔 백윤식과 스크린의 젊은 피 봉태규다. '애정결핍…'은 백윤식과 봉태규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윤식의 화려한 변신과 어느덧 주연배우로 우뚝 선 봉태규의 성장이 최고의 볼거리다. 동철동(백윤식)과 동현(봉태규)은 못말리는 부자다. 5년전 홀아비가 된 철동은 '정의의 파수꾼'을 사칭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21세기형 사기꾼'이다. 규격이 맞지 않다며 두루마리 화장지 회사를 등쳐 돈을 뜯어내고, 초콜릿이 들어있지 않은 과자를 조사하는 '변종 사회 사업가'다. 그럼 그의 아들은 어떨까.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니다.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동현은 친구들을 물구나무 세워 '삥 뜯기'를 일삼으며 우정을 만들어가는 악동 중의 악동이다. 바로 이들이 자신들의 안식처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혼녀 미미(이혜영)를 중간에 놓고 기절초풍할 쟁탈전을 벌인다. 이불에 꿰매 넣자 포대자루로 맞불을 놓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마늘, 양파, 생강, 수면제 등 모든 것이 동원된다. 그리고 급기야 아버지는 아들을 존속살해 미수 협의로 고소하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엽기 대행진'이다. 여기에다 적재적소에 가미된 패러디도 재미를 더한다. '올드보이', '너는 내 운명', '싸움의 기술', '살인의 추억', 일본 공포영화의 대명사 '링' 등을 패러디해 활활타는 웃음에 기름을 부었다. 또 영화 오프닝으로 백윤식과 봉태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것도 눈길을 끈다. 다만 영화 속에서 교훈을 찾는다는 것은 사치다. 어떤 웃음이든 간에 110분 동안 여유를 찾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