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수애, 이병헌과 눈물로 쓴 첫사랑 일기

그녀의 입이 귀에 걸렸다. 보고 또 봐도 느낌이 너무 좋단다. 세 번째 작품 만에 드디어 영화의 참맛을 알았다. 수애. 그녀의 조용한 반란이 시작됐다. 작전명(제목)은 '그 해 여름'(감독 조근식, 제작 KM컬쳐)이고, 파트너(상대 배우)는 이병헌, 그리고 D-데이(개봉일)는 오는 30일이다.

인공미 제로의 수애가 멜로 다운 멜로 영화를 들고 나왔다. 시대는 1969년, 그 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농활(농촌봉사활동)을 온 대학생 윤석영(이병헌)과 첫사랑을 나누는 시골 마을의 도서관 사서인 서정인 역을 맡았다. 풋풋하고 따뜻하다. 잊지 못할 추억도 고이 간직한 영화다. 그래서 개봉 시기를 겨울로 잡았다. 수애는 "지나간 여름 이야기다. 첫 사랑의 흔적이기 때문에 올 겨울을 더 따뜻하게 해 줄 영화"라고 말한다. 물론 결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행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면 이것이 해피엔딩이 아니겠냐"고 웃는 수애의 눈망울은 생기가 넘치면서 촉촉하다. 수애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새로운 눈을 떴다. 첫 작품 '가족'(2004년)은 아무것도 모르고 찍었다. 두번째 작품인 '나의 결혼 원정기'(2005년)도 긴 해외 로케와 과욕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때문에 세번째 작품인 '그 해 여름'도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과의 폭넓은 소통과 역할에 한없이 몰입하면서 괴로움과 고통은 환희로 되돌아왔다. 수애는 "지방을 가더라도 촬영이 없으면 꼭 집에 가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방 촬영지인 예천에서 방을 잡고 눌러 살았다"며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안타까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여유를 느꼈다. 남들에게 뭐라 이야기할 순 없지만 스스로는 만족하고 흐뭇하다"며 행복해 했다. 이 때문일까. 조근식 감독도 수애의 비주얼이 절정이라고 칭찬에 침이 마른다. 또 "너무 예뻐서 전혀 슬퍼보이지 않는다"고 기분좋은 투정을 부린다. 수애의 연기 스펙트럼도 폭넓어졌다. 드라마 '해신'은 수애를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여성상을 그렸다. 때론 귀엽고, 때론 화도 내고, 때론 웃고, 때론 슬퍼하는 지극히 정상 코드의 여성이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여자의 성격과 비슷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물론 이병헌과의 환상적인 호흡도 자랑거리다. 사실 첫 느낌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한데 촬영이 거듭될수록 역시 베테랑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더욱이 "욕심은 없다"고 하지만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할 기회도 잡았다. '그 해 여름'은 크랭크 인 하자마자 일본의 배급사와 400만달러에 수출 계약을 하는 등 아시아권의 화제작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 개봉은 내년 1월쯤 이뤄질 전망이다. 수애는 늘 한결같다. 걸어다니는 '바른생활'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몸에 배었다. 아침 운동 또한 기본이다. 그리고 그녀의 한없이 맑은 생활은 '그 해 여름'을 한 폭의 수채화로 만들었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