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최후의 선택

〈제12보〉(173~190)=조한승은 두 차례 신인 대회서 우승했을 뿐 세번에 걸친 메이저 종합 타이틀 결승에선 모조리 패했었다. 지난해 영남일보배와 TV아시아선수권 등 국내외 마이너 기전까지 합할 경우 은메달 수는 5개나 된다. 바둑에서 준우승이란 성취보다는 좌절로 다가온다. 현재 이세돌과 패권을 겨루고 있는 천원전, 그리고 4회째 준결 고지를 밟은 LG배가 조한승 바둑 인생에서 최대의 승부처가 될 전망.
백 ?가 호착인 까닭은 참고도가 말해준다. 백 2가 선수가 되면 8까지 우상귀 흑말의 퇴로가 끊기는 것. 178의 시간 연장책에 이어 둔 180, 182는 6집 정도 크기로, 자체론 우변 ‘가’로 잡는 것이 약간 더 크다. 조한승은 마지막 패(覇) 싸움을 염두에 두고 두텁게 판을 정리해 가고 있다. 패(覇)란 백 ‘나’ 이하 ‘라’의 수단을 말한다.
183부터 190까지는 이렇게 결정될 자리. 자, 칼자루는 다시 흑이 잡았다. 좌하귀 패를 방비할 것이냐, ‘마’로 우변을 잡을 것이냐. 쌍방 1분의 곡예 속에 최후의 선택만 남았다. 유일하게 남은 이 판 모니터를 검토실 기사들이 겹겹이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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