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비욘더 씨

여기 두 얼굴을 가진 사내가 있다. 무대 위에서는 두 번의 그래미 트로피를 움켜쥔 뮤지션이자 오스카 후보에까지 오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 엔터테이너. 하지만 커튼 뒤에서는 가발 안에 숨은 머리를 애처롭게 쓰다듬으며,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고민해야 했던 불우한 영혼. 바비 대런(1936~1973)이다.
표면적으로 전기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는 ‘비욘드 더 씨’(16일 개봉)는 서른일곱 살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한 슬픈 영혼의 열정과 좌절을 소개하는 데 더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Somewhere~ beyond the sea~”로 시작하는 그의 대표곡 ‘비욘드 더 씨’를 들으면 “맞아, 맞아”라며 무릎을 치겠지만, 대부분의 한국 관객들에게 바비 대런은 낯선 이름. 하지만 영화는 바비의 화려했던 성공담 이상으로, 그의 위선과 가식, 그리고 갈등에 집중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되묻는 바비의 모습이야말로 이 영화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는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자신의 전기 영화를 찍는 바비(케빈 스페이시)에 대한 클로즈업으로 시작한다. 류머티스 열병으로 손상된 심장 탓에 길어야 열다섯 살까지밖에 살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선고는 20년이나 연장되었지만, 그래도 결국 다른 사람의 절반에도 못 미친 삶. 뮤지컬 형식을 빌려 온 영화는 빠르고 경쾌한 편집으로 그의 공연 장면을 보여주며 바비의 일대기를 풀어낸다. ‘splish splash’로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며 ‘Mack the knife’로 그래미 신인상을 탔던 화려한 전반부, 그리고 누나의 ‘정체’를 깨닫고 방황하는 후반부가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레이 찰스와 자니 캐쉬의 삶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던 ‘레이’와 ‘앙코르’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품을 자신의 필견 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