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설민의 스타미학] <193> 김지수

가을 날씨처럼 선선한 느낌을 주지만 따뜻한 인간을 연기하는 여자가 김지수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 속에 무수한 감정의 편린들을 담아내는 그녀의 깊은 매력은 요즘 스크린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가슴이 찡하게 여운이 남는 인물을 그려내는 그녀의 모습은 일상의 평범함을 넘어서는 한 인간의 내면을 진실하게 보여준다. '여자 정혜', '가을로' 같은 영화들을 통해 그녀는 분위기가 확실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냥 예쁘다고 불리는 배우가 아니라 절제된 연기를 잘 하는, 그리고 무르익은 아름다움을 가진 배우로 말이다. 그녀는 이제 발랄하게 어리지도 않고 예전처럼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여자도 아니다.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인생을 바라볼 줄 아는 성숙한 인간의 분위기가 그녀에게서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늘 그렇듯이 깔끔하고 단아한 맛을 잃지 않는다. 한국적인 마스크에서 풍기는 청초한 이미지 때문에 그녀는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다. 반듯한 시선과 야무진 입매에서 풍기는 확신과 고집도 그녀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김지수는 그래서 이지적인 여자, 어른스러운 여자로 보인다. 그녀의 조용하고 진지한 이미지는 희극보다는 비극에 맞는다. 슬픔과 외로움, 아픔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그녀의 눈빛은 눈물을 머금고 있을 때가 가장 호소력이 크다. 서늘하고 외로운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여자가 그녀다. (스포츠조선 파티마 의원장, 성형미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