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년학' 단심이역 오승은, "난 강한게 좋아!"

털털한 성격 때문인지 오승은은 언제 봐도 밝고 씩씩하다. 게다가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라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편하게 한다. 마주앉아 부담스런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오승은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아마 처음 보는 사람들조차 오랜 친분을 유지한 듯 착각이 일 게 분명하다. '오서방'이라는 별명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일단 사인 떨어지고 카메라 돌아가면 독종도 그런 독종이 없다. 역할 하나에 빠지면 자신조차 잃어버리는 그녀는 분명 프로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에 단심이로 합류해 창까지 배우고 있는 그녀는 더없이 즐거워 보였다.

-'더 빨강'이 해체될 때 서운하진 않았나요. ▶아쉬움은 있었죠. 학창시절 꿈이 가수였으니까요. 가요제란 가요제는 다 찾아다녔을 정도로 열성적이었어요. 더 빨강은 6개월 계약을 조건으로 한 작품 해 보자는 취지였기에 실망은 덜했죠. 연기를 포기하는 조건이었다면 못했을 거예요. -학창시절부터 그렇게 연예계 쪽에 관심이 많았나요. ▶엄청나게 많았죠. 아프다고 조퇴해서 연극 보러 대구에 가고 그랬어요. 저는 경산에서 학교에 다녔거든요. 공부는 뒷전이었어요. 3교시 끝나고 도시락 까먹고 점심시간에 강당에 가서 연기 연습하고 노래하고 그랬어요. '늘푸름'이라는 연극반에 들어 있었는데 완전히 미쳤었어요. -소원을 이뤄 정말 좋겠네요. ▶난리가 났죠. 대학(단국대 연극영화과) 갔을 때 개천에서 용 났다고 현수막 걸고 그랬어요. 동네 어른들이 한턱 쏘라고 해서 우리 집에서 돼지까지 잡았죠. 하지만, 상경 초기엔 적응이 서툴러 우울증까지 생겼어요. 지금은 익숙해지고 많이 편해졌지만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연기도 노래가 좋아서 시작한 만큼 뮤지컬을 해 보고 싶어요. 최정원씨처럼 강하고, 색깔 있고, 가창력 있는 그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여성스러움보다 강한 걸 좋아하거든요. (스포츠조선 최재성 기자)

-단심이는 어떤 인물인가요. ▶창극단 여배우인데 본능적이고, 자연과 닮았고, 거짓이 없고, 순수해요. 내면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죠. 분명 악역인데 인간의 본능적 모습을 많이 담아내는 친근감 있는 캐릭터예요. -촬영에 어려움은 없나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미리 그림을 그려오는 걸 싫어하고 현장에서 바로 만드는 스타일이라 처음엔 적응이 잘 안 됐었는데 이제는 다 익숙해졌어요. 몇 번 지나면서 느낌이 왔죠. 지금은 배우, 스태프 따로 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촬영하고 있어요. -단심이 역을 위해 창을 배우고 있는데. ▶그러잖아도 목소리가 굵은데 더 허스키해졌어요. 주위에서 목소리 많이 변했다고들 하세요. -이전에 창을 배워 본 적은 있나요. ▶학교 다닐 때 기본적인 맛은 봤는데 본격적으로 배운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어렵지만 한 번 빠져 보고 싶어요. 제대로 배워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선생님께서 창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며 영화 끝나고 해 볼 생각 없냐고 하셨어요. 1주일에 두 번씩 4개월째 배우고 있는데 배울수록 어려워요. 최소 6개월은 배워야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역할마다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데,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저는 자아가 강해 저를 버리고 어떤 인물에 녹아들기 위한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래서 어떤 역할을 맡으면 평소에도 그 인물과 똑같이 하고 살아요. 말투도 그렇게 하고, 옷도 그렇게 입고요. 그러다 보니 배역에 너무 젖어 끝나도 제 안에 오래 남아 있어요. 또 하고 싶고, 그립고 그래요. -그동안 여러 가지 역할을 해 왔는데 본인과 가장 닮은 성격은 어떤 인물일까요. ▶제 안에는 또 다른 제가 숨어 있어요. 시트콤 '논스톱 4'의 오서방도 있고, 가수 '더 빨강' 시절의 도발적인 모습도 있고, 지금 찍고 있는 '천년학'의 단심이도 있어요. 그 중에서 소탈하고 쿨한 오서방 스타일과 가장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덜렁거리는 것도 그렇고요. 특히 핸드폰을 손에 들고도 정신없이 찾는 모습은 영락없는 오서방이에요. 하지만, 일에서는 완벽을 추구하죠. 자신을 많이 괴롭히는 스타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