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 왜 자꾸 무간도가 떠오르는 걸까?

러닝타임 2시간32분. 원작의 감흥이 너무나 강렬해 인내를 가졌다. 하지만 차라리 원작을 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의문 부호만이 계속해서 뇌리를 스쳤다.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할리우드의 대작 '디파티드'(수입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국내에 상륙도 하기전에 숱한 화제를 뿌렸다. 무엇보다 메가폰을 잡은 할리우드의 명장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던 작품 아닌가.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디파티드'의 세계는 '무간도'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캐스팅도 야심찼다. 양조위(량쯔웨이)는 만인의 연인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유덕화(류더화)는 연기파 배우 맷 데이먼으로 치환했다. 또 증지위(장쯔웨이) 역은 잭 니콜슨이 맡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파티드'의 향연은 원작의 그늘을 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영화의 무대는 남부 보스턴으로 옮겨졌다. 리얼리티를 살렸다. 보스턴은 아일랜드계의 조폭과 경찰이 전쟁을 하던 곳으로 악명높다. 보스턴 매사추세츠주 경찰청은 지역 최대 범죄조직망의 좌장인 코스텔로(잭 니콜슨)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신참인 코스티건(디카프리오)을 조직에 침투시킨다. 운명이 얄궂다. 코스티건은 암흑가 집안에서 벗아나고 싶어 경찰이 됐으나 원하지 않은 범죄 소굴에서 또 다시 지내야 한다. 한데 또 다른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 있다. 코스티건과 같은날 주 경찰청에 들어온 신참 설리반(데이먼)이다. 그는 코스티건과는 달리 코스텔로를 제거하기 위해 설치된 경찰청의 공식 조직인 특별수사반에 배치된다. 그러나 설리반은 바로 코스텔로가 경찰에 투입시킨 첩자다. 12세 때부터 코스텔로가 직접 조련한 인물. 뛰는 경찰 위에 나는 조직이 있었던 셈이다. 두 사람 덕에 갱단과 경찰의 일거수일투족은 상대 편에 낱낱이 보고된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듯이 두 조직은 내부에 첩자가 있음을 인지하면서 영화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배경 자체는 현실적이지만 내용은 배경을 따라가지 못한다. 각 조직과 코스티건, 설리반의 연결 고리는 휴대폰. 그러나 발신자 전화번호 표시가 되는 시대적 상황에도, 첩자를 쉽게 찾아내지 못하는 설정은 좀처럼 수긍하기 힘들다. 더불어 원작과 상이하게 맺은 결말에도 기대했던 기막힌 반전은 없다. 다만 디카프리오와 잭 니콜슨, 맷 데이먼의 농익은 연기력은 부러울 만큼 개성 만점이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