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떡고물’

〈제4보〉(39~51)=구리(23)는 4년 째 중국 정상으로 군림하면서도 국제 무대선 번번이 실족, ‘국내용’이란 비난에 오랫동안 시달렸었다. 하지만 그는 재주에만 의존하는 게으름뱅이는 아니다. 천야오예(陳耀燁)와의 제10회 LG배 결승이 확정된 순간부터 이 새카만 후배의 기보를 하루도 안 거르고 연구, 기어이 우승했던 것. “100리를 갈 사람은 90리를 절반으로 잡는 법이다.” 우승 인터뷰 때 구리가 남긴 말이다.
흑의 선택은 39. 그러나 너무 서둘렀다. ‘가’였다면 무난한 선택. 참고도 1, 3으로 나가 절단하는 것도 유력했다. 이 변화는 하중앙 백이 허술한데다 흑 석 점의 자세가 탄력적이어서 충분히 둘 수 있는 그림. 그랬다면 중앙에서의 교전(交戰) 속에 백이 좌변 어느 선에서 울타리를 치느냐의 승부로 좁혀졌을 것이다.
실전은 백도 44, 46으로 강력하게 나가 끊어 급박해졌다. 흑은 당초 예정대로 49, 51로 중앙 돌파를 감행한다. 어쨌든 이렇게 중앙 백을 양단, 공격해 가다 보면 뭔가 ‘떡고물’이 떨어지리란 게 흑의 생각이다. 과연 그 판단이 옳았는지 이후 진행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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