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 역시 신인상의 최고 매력이다.
27회를 맞은 청룡영화상은 스타를 만들고, 스타는 청룡을 만들었다. 청룡영화상에서 신인 남우-여우상이 제정된 것은 지난 90년. 그동안 33명의 남녀 배우들이 이 상을 받았다. 면면을 살펴보면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그만큼 '선견지명'이 탁월했다. 덕분에 청룡영화상은 '스타 탄생'의 관문으로 정평이 났다. 역대 수상자들은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계기로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스타 중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뭐니뭐니해도 첫 출발이 상큼했다. 초대 신인 남우-여우상은 '장군의 아들'의 박상민과 '남부군'의 최진실이 받았다. 특히 조연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최진실은 당시 만해도 '햇병아리'에 불과했지만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최고의 여배우 성장했다. 또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마누라 죽이기', '고스트 맘마', '편지' 등의 히트작도 냈다. 박상민도 최근 출연한 드라마 '내사랑 못난이'를 통해 식지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한류 스타들도 청룡이 미리 '찜'했다. 우선 2003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신인 남우상을 수상한 배용준은 '욘사마' 열풍에 불을 지폈다. 또 2004년 배용준이 참석한 핸드프린팅 행사에는 수백명의 일본팬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장동건과 차태현은 각각 97년(패자부활전)과 2001년(엽기적인 그녀) 신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타임'지 아시아판 표지 모델로 나서며 대표적인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한 장동건은 현재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온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차태현도 지난 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 1회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로 선정되며 충무로의 세계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이정재와 김래원도 빼놓을 수 없다. 95년 '젊은 남자'로 신인상의 영예를 차지한 그는 99년 최민식 한석규 등 기라성같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한류 대열에 합류했다. 2000년 '청춘'으로 신고식을 한 김래원도 일본 팬들을 몰고다니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2002년 '로드무비'로 신인상을 받은 황정민은 청룡의 위력을 앞세워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당시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한 그는 지난해 남우주연상으로 화답했다. "솔직히 저는 항상 사람들한테 그래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구요…"라고 시작한 수상 소감은 당시 영화인들과 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신인상을 수상한 여자 배우들도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로 우뚝섰다. 97년 전도연(접속), 2000년 배두나(플란다스의 개), 2001년 이요원(고양이를 부탁해), 2002년 문소리(오아시스), 2003년 임수정(장화, 홍련), 2004년 수애(가족) 등이 스크린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이밖에 2004년 신인 남우상을 맏은 '빈집'의 재희도 화제였다. 당시 무명에 가까운 재희는 유력한 수상 후보로 관심을 끌지도 못했다. '빈집'이 국내 흥행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며, 내로라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경쟁자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청룡의 여신은 무명의 재희에게 미소를 지었고,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한 김지수와 천정명도 각각 스크린과 TV, CF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청룡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