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10대 기획] (3) 각본없는 드라마 '수상소감'

말 한 마디가 천냥빚을 갚듯, 빛나는 수상소감은 수천만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톱스타들의 산실인 청룡영화상은 감격적인 수상소감의 근원지 역할을 해왔다. 청룡상 수상 스타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대로 보는 이들의 가슴에 콱 박히며 그해의 유행어가 되고 화제가 됐다.

지난해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의 수상소감은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솔직히 저는 항상 사람들한테 그래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구요. 왜냐하면 60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이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근데 스포트라이트는 저만 받아요. 그게 죄송해요." 황정민의 소위 '밥상' 수상소감은 당시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대개 "정말 예상치 못했다. 누구누구에게 감사한다. 더 열심히 하겠다"로 천편일률적이던 기존의 소감에서 180도 달라진 고백이었다. 그 솔직함과 진실함에 모두가 반했다. 여러 곳에서 그의 수상소감을 패러디했고, CF의 소재가 됐다. 심지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도 단연코 수상소감의 핵심은 '밥상'이었다. 수상자들은 소감을 말할 때마다 은근슬쩍 밥상을 언급했다. 신인여우상과 여우조연상을 연거푸 수상한 추자현도 "전 그저 잘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었을 뿐인데…"라며 '밥상' 멘트에 동참했다. 그 때마다 카메라는 쑥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황정민에게 주목했다. 같은 해 '친절한 금자씨'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영애의 소감도 극적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이영애는 "청룡영화상이 저를 놀라게 만드네요. 이 영화를 좋아했던 분이나, 싫어했던 분이나 이 순간만큼은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습니다"고 말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웰컴투 동막골'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강혜정의 소감도 의미심장했다. 그녀는 "너무너무 제게 힘이 되어주는 '나의 남자'에게 영광을 돌립니다"고 해 '연인' 조승우와의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청룡영화상에서만 여우주연상을 두차례 수상한 장진영의 수상소감도 솔직했다. 2001년 '소름'에 이어 2년 만에 '싱글즈'로 다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녀는 "정말, 어휴~. 정말, 아~. 정말, 어쩜 좋아요. 진짜 제가 수상한 거 맞아요?"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이라는 감탄사만 되풀이하며 벙어리가 됐다. 의외의 수상에 말문이 막혀버린 연기자는 또 있다. 2004년 '아는 여자'로 첫 노미네이션에 당당히 여우주연상을 따낸 이나영.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마이크 앞에서도 10여초간 침묵으로 일관하며 생방송을 진행하는 스태프들을 진땀나게 했다. 또 신인상부터 남우주연상까지 청룡영화상 그랜드슬램(4관왕)에 빛나는 장동건은 지난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로 남우주연상을 획득하며 "솔직하게 이 상만은 꼭 받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혀 청룡영화상 수상에 대한 배우들의 열망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스포츠조선 김인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