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프로의 실수

〈제8보〉(94~108)=어떻게 하면 바둑이 늘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착점(着點)에 앞서 더 좋은 수단이 없나 한 번 더 살펴보는 습관을 기르라”고 주문한다. 능력 밖의 수를 짜낼 수는 없어도 ‘능력의 최대치’는 끌어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고수들 자신도 번번이 ‘더 좋은 수’를 놓치고 자신의 머리를 두들기곤 하니 재미있다.
94 때 흑은 95로 후퇴할 수 밖에 없다. 97까지 선수로 백이 크게 한 건 챙긴 결과. 그러나 이 94야 말로 생각이 짧은 일착으로 ‘성토’ 당했다. 95의 곳을 먼저 끊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수였기 때문. 참고도를 보자. 흑 2가 어쩔 수 없을 때 12까지 필연의 진행이다(6…1). 이 그림은 훗날 백 A로 따내는 수까지 선수가 돼 실전과는 덤(공제) 가까운 차이였다.
홍민표는 머리를 두들기는 대신 멋 적게 웃는다. 아직은 자신이 유리하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여유다. 과연 98의 최대처를 차지해선 백이 여전히 앞서 달리는 형세. 구리의 손길은 여전히 바쁘다. 99이하 105까지 좌변을 임시변통 후 107로 보강했다. 다시 백에게 선수(先手)가 돌아가 108. 여기서 흑의 옳은 응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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