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독주보다 앙상블의 묘미 한껏 살려
'괴물'-오락+가족애 담긴 한국영화 넘버원
'라디오 스타'-가슴 찡한 감동으로 소리없는 돌풍
'왕의 남자'-전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대박
'타짜'-박진감 넘치는 전개 + 연기력 빛나
2006년 대한민국은 '시네마 천국'이었다. 한국 영화 100여편이 스크린으로 쏟아져 나오며 최고의 황금기를 맞았다. 그럼 올해 한국 영화의 지존은 과연 어떤 작품일까? 청룡이 모범 답안을 찾기 위해 꿈틀대기 시작했다.
제27회 청룡영화상의 대미를 장식할 최우수작품상 후보작들이 베일을 벗었다. 한국 영화가 어느 해보다 풍성했고, 장르도 다양했다. 가족의 탄생-괴물-라디오 스타-왕의 남자-타짜(가나다 순) 등 다섯 편의 후보작들도 난산 끝에 세상에 나왔다. 따라서 그랑프리의 향방도 시상 순간까지도 가늠하기 힘들 전망이다.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 제작 블루스톰)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작품. 유쾌하고 황당무계한 가족의 탄생을 그렸다. 또 여성이 새로운 가족 형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제시해줬다. 배우들의 호연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실내악단의 단원처럼 독주보다는 앙상블의 묘를 한껏 과시했다. 비록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까지도 역작이라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다.
'괴물'(감독 봉준호, 제작 청어람)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지난 여름 한국 영화를 집어삼켰다. 흥행 기록도 갈아치웠다. 최종 스코어 1301만9740명을 기록, 한국 영화 흥행 순위에서 맨꼭대기에 올랐다. 특히 오락성과 가족의 휴머니즘이 담긴 감동이 접목되며 괴수 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준익 감독은 메가폰을 잡은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라디오 스타'(제작 영화사 아침-씨네월드)와 '왕의 남자'(제작 이글픽쳐스-씨네월드)다.
우선 철없는 록가수와 속깊은 매니저의 세월을 뛰어넘은 우정을 그린 '라디오 스타'는 가슴 찡한 감동으로 소리없는 돌풍을 일으켰다.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안성기와 박중훈은 실제 20년 인연의 세월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들의 인생과 연륜이 녹아든 연기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0만명 같은 100만명'이라는 신조어도 낳았듯이 흥행에서도 저조한 출발에 비해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1230만을 기록한 '왕의 남자'는 올초 영화계의 눈물을 쏙 뺐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초대형 대박을 터트리며 '왕남 폐인'을 양산했다. 특히 255개에서 출발한 스크린은 개봉 한 달을 넘긴 설 연휴에 397개로 늘어나는 괴력을 발휘했다. 중성적인 꽃미남에 열광하는 어린 세대부터 현실 세태를 풍자한 정치극으로 읽는 중ㆍ장년층 관객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세대통합적 다중 흥행구조라는 새로운 화두도 던져줬다.
마지막 후보작인 '타짜'(제작 싸이더스FNH-영화사 참)는 화투를 통해 인생을 얘기하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로 단번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는 13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무색케했다. 여기에다 '범죄의 재구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묻어나며 후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김혜수를 비롯해 타고난 승부사 조승우, 그리고 조연 배우들의 감칠맛나는 연기도 압권이었다. 이처럼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다섯 작품이 사선에 섰다. 과연 어떤 작품이 청룡의 트로피를 움켜쥘까.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