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인 실험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HD로 제작됐는데 기술적인 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디지털로 다시 한번 볼 것을 권유한다."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거장 감독으로서 이번엔 자신이 추구해 온 방식을 과감하게 시도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상업적 측면 혹은 흥행성적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고 창조적 작업으로서의 영화 제작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친절한 설명처럼 영화는 온갖 상징과 상상이 혼재돼 있다. '영군'(임수정)의 할머니 틀니, '영군'의 노란 눈썹과 '일순'(정지훈)의 가면, 손에서 발사되는 기관총, 고무줄 허리, 부서진 라디오, 공중부양 등 평범함을 거부한다. 관객은 혹시나 실수로 의미를 놓칠세라 감독이 제시하는 모든 것에 힘껏 귀기울여야 한다.
배경이 정신병동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범상치 않다. '영군'은 '칠거지악'을 해소하고 '하얀맨'들에게의 복수를 꿈꾼다. '일순'은 마치 롤 플레이를 하듯 연신 다른 환자들의 내면 심리를 훔친다. 그리고 거꾸로 걷는 남자, 시종일관 거짓말을 꾸며대는 여자, 피부미용에만 집착하는 뚱보 여자, "존재의 목적"을 외치는 영군의 할머니 등은 독특하다 못해 기괴하다.
그러다보니 해석의 여지가 넓다.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다 보면 경우의 수는 백 가지, 천 가지다. 감독의 설명이 덧붙여져야 '정답'을 확인하고 겨우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의 눈엔 이런 호기심 해소의 편안함보다는 거슬림의 불편함이 역력하다. 환자들의 황당무계한 대화, 한 눈에 봐도 환자들임을 알게 하는 캐릭터. 특히 누아르의 총격전처럼 피가 난무하는 총격 신은 그저 '상상 속의 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잔인하다. 박찬욱 감독이 펼쳐 놓은 '실험'은 다양한 메타포로 어렵게 꼬아놓은 수수께끼를 연상시킨다.
다른 모든 것을 떼어내고 이야기를 단순화시켜 보면 '싸이보그…'는 정상이 아닌 커플의 러브 스토리다. '영군'은 자신이 싸이보그라고 생각한 나머지 밥을 먹지 않고, 어느덧 '영군'을 좋아하게 된 '일순'은 사랑하는 그녀가 살 수 있도록 숟가락을 들게 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감독이 얘기한 로맨틱 코미디는 이 부분이다.
파헤치기만 하면 영화는 흥미를 잃는다. 당찬 주인공 임수정의 말처럼 "어렸을 적 TV에 나오던 즐겨보던 만화 한 편을 편안한 마음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영화에 대한 불편함은 좀더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12세 관람가. 7일 개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