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假途伐 (가도벌괵)

〈제7보〉(91~103)= ‘길을 빌려 괵나라를 정벌한다(假途伐?)’. 손자 병법 혼전계(混戰計)에 나오는 대목. 기회를 활용해 세력을 확장한다는 의미다. 백을 공격하다 거꾸로 고립된 상변 흑  3점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현 국면의 포인트. 흑이 91, 93에 붙이고 95로 젖혀 탈출에 나섰다.

91에 대해 검토실에선 참고 1도처럼 단순히 1로 젖혀 7까지 수습하는 게 A의 맛도 남아 좋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8까지의 결과와 실전은 일장일단이 있다는 결론. 백은 흑의 약점을 적절히 추궁하며 96, 98, 100, 102 등의 이득을 챙긴다.

특히 100은 ‘가도벌괵’의 전형(典型)에 해당하는 호착. 흑의 세력권으로 커가던 좌중앙에 백의 교두보를 심은 이 수의 가치는 컸다. 흑이 ‘가’로 나가 끊으면? 참고 2도 14까지, 좌변 흑진이 졸지에 곤마로 쫓기게 돼 큰일난다. 그 와중에 우중앙 백진도 통통하게 살이 쪘다. 뭔가 승부수가 불가피해진 괵국, 결연한 동작으로 103에 붙여간다. 점입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