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하반기 '만화-소설-게임의 영화화' 열풍

2006년 하반기 스크린의 화두는 장벽의 붕괴다. 소설, 만화, 게임 등이 속속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크로스오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이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재탄생시켜 흥행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안정된 독자층이 그대로 스크린으로 이동하기 때문. 물론 관객들도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울러 영화를 먼저본 후 원작을 보는 '역전 현상'도 생겨났다.　일단 영화화 시키는 감독들은 "원작의 명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재창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판권을 허락한 원작자들도 "믿고 맡긴다. 서로서로 윈-윈 전략이 아니겠냐"고 이를 반기고 있다.

▶ 만화 : 지난 여름 '괴물'이 스크린을 포획했다면 추석을 전후해서는 '타짜'의 흥행 태풍이 거셌다. 바로 '타짜'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영화화한 것. 현재 7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타짜'는 최동훈 감독의 천재성이 작품에 녹아들며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짜'의 대박에 힘입어 허 화백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식객'도 내년 초 관객들과 만난다. 90% 정도 촬영이 이뤄졌으며, 이달 말 크랭크업할 예정이다. 특히 허 화백은 '타짜'에 이어 '식객'에서도 카메오로 출연, 영화에 힘을 보탰다.

이밖에 전은강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16일 스크린에 오른 가운데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다 '아내가 결혼했다', '방각본 살인사건' 등이 속속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 게임 : 게임도 어느덧 영상 예술로 승화되고 있다. 4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게임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 영화로 재탄생한 '사일런트 힐'이 대표적이다. 개봉 주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사일런트 힐'은 지난 9일 무삭제 필름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나 화제를 뿌리고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헤일로', '에라곤' 등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돼 내년 쯤 개봉될 예정이다.

일본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도 국내에서 잘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두 천재의 두뇌 싸움을 다룬 일본 스릴러 '데스노트'다. 지난 2일 개봉해 100만 고지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데스노트'는 일본에서 무려 2100만부가 판매된 대작 만화로 국내에서도 2년 연속(2005~2006년) 판매 부수 1위를 기록했다.　한편, 총 4부로 구성된 '타짜'의 속편 제작을 위해 물밑에서 한창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데스노트' 후편도 내년 1월 개봉될 예정이어서 만화의 영화화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하 우행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 스크린이 베스트셀러들로 춤을 추고 있다. 공지영의 소설을 영화화 한 '우행시'는 3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출판 업계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로렌 와이스버거의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도 현재까지 40만부 이상 찍은 데 이어 영화로도 흥행에 성공했다. 외화 가운데서는 드물게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렇다보니 소설의 영화화는 시대의 대세가 됐다. 특히 92년 외설논쟁으로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마광수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가 내년 영화로 만들어진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이 한창이다. 또 이외수의 '괴물'도 내년 초 크랭크인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