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2단 옆차기

〈제8보〉(104~112)=흑이 ?로 붙여왔다. 적진에서의 게릴라전 때 유력하게 쓰이는 수단. 약한 돌도 적과 엉켜 뒹굴다 보면 스스로 힘이 붙는 신비한 속성이 있다. 백도 응수가 어렵다. 자칫 실족한다면 힘들게 쌓아 올린 집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어떤 응수가 최선일까? 우선 ‘붙이면 젖혀라’는 기훈(棋訓)대로 참고 1도 백 1. 이것이야말로 단 4수 만에 흑 우세로 뒤바뀌는 최악의 선택이다. 참고 2도 백 1 역시 흑이 환영할 만한 변화. 2로 하나 젖혀놓고 4로 나가면 이젠 누가 쫓고 누가 쫓기는지 아리송해진다. 8분의 숙고 끝에 104. ▲의 바로 옆구리다. ‘하수(下手)의 양붙임’이라 해서 프로들은 대체로 기피하는 수. 축(逐)이 유리하다는 것도 백의 행운이다.

여기서 흑이 108로 빠지면 참고 3도처럼 살 수 있다. 패망선을 기는 것은 금기로 돼 있지만 지금은 유력했다는 것이 중론. 여기서 흑도 덩달아 105라는 ‘2단 옆차기’ 전략으로 나온다. 때 아닌 피아(彼我) 교대의 일렬 횡대가 이뤄졌다. 112 다음 흑은 ‘가’와 ‘나’ 둘 중 어디를 두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