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먼저 안다. 고로 '미녀는 괴로워'(감독 김용화, 제작 KM컬쳐)는 좋은 영화다.
'미녀'가 대단하다. 개봉 일주일만에 11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왕의 남자', '괴물', '타짜' 이후 새로운 흥행강자로 떠올랐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미녀는 괴로워'는 그저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여타 작품을 생각하고 극장엘 갔다간 눈물을 쏙 뺀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유쾌한 웃음 끝엔 감동의 눈물이 따른다. 재미와 함께 '외모 지상주의' 대한민국에 대해 잠시 생각할 여유도 준다.
이유있는 흥행 돌풍의 가운데는 김아중이 서있다. S라인에 미모까지 갖춘 '바비인형'인줄만 알았더니 속깊은 연기도 제법 뽑아낼 줄 안다.
뚱보와 섹시미녀를 오가는 1인 2역을 근사하게 해냈다. 둘 다 길에 나서면 시선을 몰고 다닌다. 한 명은 겁나게 뚱뚱해서, 또 한명은 눈뗄 수 없이 섹시해서다.
자신의 외모에 절망한 뚱녀는 죽기를 결심하고 온몸을 뜯어고치는 '대공사'를 결심한다. 1년 동안 쉴 새 없이 칼을 댄 끝에 단짝 친구도 몰라보는 절세미녀로 거듭난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껍데기만 성공했을 뿐. 뚱보시절 마음씨까지는 미녀로 거듭나지 못해 배꼽잡는 상황이 이어진다.
김아중은 이런 특별한 변신을 눈물겹게 해냈다. 자기몸 세개는 들어갈 만한 자루같은 뚱보시절 청바지를 몸에 두르고 깡총깡총 뛰는 모습이나, "우는 얼굴도 예쁘네"라며 거울을 보며 놀라워하는 모습, 마지막엔 "제니는 없다"며 눈물을 쏟으며 충격 고백하는 장면에선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뿐이 아니다. '느끼왕자'의 이미지를 벗고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으로 대변신한 주진모, 무식한 여자밝힘증의 음반제작자 역할을 간맞게 해낸 성동일, 귀여운 스토커로 소임을 다해낸 이한위, 이범수의 포복절도 카메오 연기까지 주조연의 완벽한 연기호흡이 돋보인다.
아울러 이들의 호흡을 완벽하게 조절한 김용화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도 눈길을 끈다. 데뷔작인 '오 브라더스'의 찡한 웃음과 감동이 두 배로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바야흐로 연말연시를 맞아 대작들이 줄지어 스크린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관객들의 외면으로 불황의 늪을 걸었던 극장가가 '미녀는 괴로워'의 돌풍에 반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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