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언니가 간다'서 평범한 나정주역 맡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왠지 도도하고 깍쟁이일 것 같다.

하지만 고소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말문을 연다. "배우이기 이전에 저도 평범한 여자입니다

"꾸며진 모습이 많아요"

★고소영은 나정주다

고소영이 제 색깔의 옷을 입고 돌아온다. 영화 '언니가 간다'(감독 김창래, 제작 시오필름ㆍ1월 4일 개봉)에서 지극히도 평범한 나정주 역을 맡았다. 첫 사랑에 실패한 그녀. 시쳇말로 정말 별것 아닌 여자다.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의상실에서 주로 재봉틀이나 돌리는 보조 신세다. 서른 살이 넘도록 변변한 남자 친구도 하나 없다. 한데 실제 고소영이 그렇단다. "직업이 배우라 멋있고 꾸며진 모습이 많이 부각됐어요. 때문에 이미지가 강한 배우라는 인식도 심어진 것 같구요. 하지만 친해지면 알거예요. 정주의 캐릭터에 가까운 여자라는 것을."

　

망가지기…"민망했지만 재미있어"

★분위기메이커 고소영

자신과 맞아서 그럴까. 고소영은 이번 작품이 너무 좋단다. 어느 정도냐면 촬영장에서 동료 연기자와 스태프가 모두 두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발랄한 그녀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됐다.

소위 '언니가 간다'는 한국판 '백투더 퓨처'. 첫사랑부터 꼬인 재미없는 인생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고소영은 12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또 다른 나정주를 만나 지고지순한 남자와의 연애를 부추긴다. 이 과정에서 고소영은 망가진다. 어설픈 듀스의 춤과 곳곳에서 터지는 애드리브로 화끈한 웃음을 자아낸다. 고소영은 "민망스러워 혼났지만 재밌게 찍었다"며 하얀 이를 드러낸다.

"이번 영화는 잘 됐으면…솔직한 심정"

★배우를 알아간다

4년간의 긴 공백, 복귀작(아파트)에서의 쓴 잔 등. 고소영은 이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신경성 위염이 도졌다. 또 "이번 영화는 정말 잘 돼야 한다"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한다. 그러나 흥행이란 것은 신만이 알 뿐이다. 그보다 고소영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요즘은 과거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자주 본다고 한다. "철이 없었구나"라고 느끼면서 날이 갈수록 연기에 대한 갈증이 죽을 것 같이 몰려온다. 본인은 이를 "늦바람"이라고 표현하지만 역시 연륜이 쌓여가는 고소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영화속처럼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되돌리고 싶냐'고 묻자, 대뜸 미래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과거보단 미래가 기대돼요. 드라마든 영화든 이젠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수 있는 그런 역 말이에요."

"독신주의는 아니지만…결혼, 아직은 아닌듯"

★결혼 그리고 의리

고소영은 의리파 배우다. 낯가림이 있어 쉽게 친해지긴 힘들지만 한번 마음이 맞으면 영원히 함께 한다. 최근에는 8년간 자신의 매니저를 맡아 왔던 노일환씨가 설립한 회사인 포이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돈보다는 정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고소영은 내년이면 만으로 서른 다섯살이다. 사회적인 잣대로 결혼 적령기를 한창 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혼할 맘이 없다. 그렇다고 독신주의는 아니다. 그녀는 "연애와 사랑은 하고싶지만 나이 때문에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아기를 꼭 낳아야 한다면 몰라도 아직은 아니다"라고 한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데뷔 14년을 맞은 고소영도 그렇다. "연기요. 이제 눈꼽만큼 알아요. '언니가 간다'는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예요. 영화도 보고 진정한 사랑도 얻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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