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마지막 함정

〈제11보〉( 148~160)=“다 끝난 바둑인데 막판 억지에 넘어가서….” 아마추어 기객들의 전유물처럼 된 푸념이다. 하지만 계가도 하기 전에 ‘다 끝난 바둑’이 어디 있는가. 온갖 장애물을 피해 줄기차게 우세를 지켜온 백이 마지막 지뢰 앞에 섰다. 흑 ▲가 또 한번 혼신의 승부수. 예리한 노림으로 줄기차게 저항하는 천야오예의 솜씨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일단 148로 차단하자 149로 단수쳐 온다. 백은 8분의 숙고 끝에 150으로 잡았고, 이것으로 마지막 함정을 벗어났다. 참고도를 보자. 백 1이면 13까지 필연의 진행 이후 14의 짜릿한 묘수가 기다린다. A와 B가 맞보기. 이건 단숨에 역전이다. 단, 12로 그냥 14는 백이 C로 양쪽을 예방하는 수가 있어 안 된다. 151로 빵때림을 허용했지만 152로 막아 중앙 백 집이 완성됐다.

동시에 아슴푸레하던 백의 승리도 비로소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53, 155는 흑의 권리. 157은 159에 뻗고 ‘가’와 ‘나’를 맞보는 게 옳았지만 승부와는 무관하다. 천야오예는 그러나 아직 체념한 표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