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색 기록을 소개합니다

올 한해 바둑계의 각종 데이터를 살피다 보면 흥미로운 기록들이 많다. 한국기원 전산 자료를 통해 2006년(12월 25일 현재) 한해 프로 바둑계를 장식한 흥미로운 기록과 그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최단 승리 이세돌-최장 승리 조혜연

기보로 보관된 2006년 대국 수는 총 1037국. 그 중 최단수수(手數) 승리는 이세돌이 최철한을 상대로 거둔 69수째 만의 ‘시간승’이었다. 그것도 타이틀 결승전(맥심배 3국·4월 4일)서 작성된 것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반면 조혜연은 6월 13일 벌어진 여류명인전 이하진과의 본선 대국서 장장 364수 만에 흑 6집 반을 남겨 올해 최장수수 승리를 기록했다.

◆이영구, 새로운 ‘반 집의 제왕’

1037국 중 반 집 승부는 총 64회가 나왔다. 목진석은 무려 9국이나 반 집 승부를 치러 올해 이 부문 최다(3승 6패)를 마크했다. 최다 반 집 승은 5승(1패)을 기록한 고근태에게 돌아갔고, 신예 강호인 이영구는 네 차례의 반 집 승부를 모조리 승리로 이끌어 이 방면의 새 강자로 떠올랐다. 반 집 승부의 원조(?)로 꼽혀온 이창호(3승 1패)와 안조영(3승)도 전통을 이어갔다.

◆온소진, “白으로만 뒀으면”

대부분의 기전이 덤 6집 반을 채택한 99년 이후 작년까지 흑번 평균 승률은 약 53.5%. 하지만 올해는 510승 527패(승률 49.2%)로, 5집 반 시절이던 90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 흑번 승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항목 역시 올해 전체 전적 아닌 기보가 남겨진 1037국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

이런 가운데 온소진은 백번으로 15승 4패, 78.9%의 최고 승률을 작성해 ‘백번(白番)의 제왕’으로 탄생했다. 온소진의 올해 흑번 성적은 10승 12패(45.5%), 전체 승률(기보 보관분)은 61.0%였다. 이 밖에 백홍석이 7승 2패(77.8%), 허영호가 10승 3패(76.9%)로 뛰어난 백번 승률을 작성했다.

◆조한승 “첫 판 져도 괜찮아”

2006년에 벌어졌던 결승 또는 도전기 번기(番棋) 승부는 총 17회. 이 중 제1국을 이긴 기사가 우승한 횟수는 모두 16회였다. 1국을 패하고도 우승한 기사는 조한승 1명. 연말에 끝난 제11회 천원전 결승 5번기서 조한승은 이세돌에게 첫 판을 진 후 내리 3연승으로 우승, 올해 유일한 이단아(?)로 등록했다. 17회 중 1번에 들 산술적 확률은 약 5.9% 선.

◆이창호 1국당 430만원 수입

올해 이창호는 3억6422만여 원의 수입으로 상금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총 84국을 소화했으니 한 판 당 평균 433만 6000원을 벌어들였다는 계산. 이는 이창호가 2001년에 세웠던 국내 최고기록인 1국당 1590만 원(64국·10억1943만여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백홍석 승률 1위 확정

막판까지 가장 치열하게 경합해 온 승률 부문의 올해 주인공은 백홍석. 2위로 추격하던 원성진이 22일 벌어진 전자랜드배 예선서 1패를 추가, 올해 일정을 마감함으로써 백홍석의 승률왕 등극이 결정된 것. 백홍석은 속기 부문만 따로 뗀 ‘속기 승률’서도 27승 8패(77.1%)로 1위를 마크했다.

한편 다승 부문에선 이세돌이 76승으로 박정상(62승)을 멀찌감치 따돌려 1위가 확정됐다. 그러나 ‘속기 다승’ 부문에선 거꾸로 박정상(43승)이 이세돌(38승)의 추격권을 벗어나 2006년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