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한국영화, 제작은 '잡식'-관객은 '편식'

'2006년 한국영화 100편 시대 개막, 그러나….'

올 한해 참으로 많은 한국영화가 제작됐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한 제27회 청룡영화상 후보 대상작 기준으로 총 103편. 100편을 넘어섰으니 1년을 52주라고 할 때 약 1주일에 2편씩 개봉한 셈이다. 영화담당 기자들은 매주 2차례씩 열리는 새 영화 시사회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러나 한국영화 100편 시대 개막은 그 '꽉찬' 숫자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이다.

영화인들은 오히려 이구동성으로 한국영화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쏟아진 양만큼 질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 한 영화감독은 "너나없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아직 영화화되어서는 안될 시나리오들까지 성급하게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때문에 시나리오나 캐릭터의 완성도 면에서 함량 미달의 영화들이 만들어진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속절없이 스러져간 영화들이 너무 많았다. 개봉했나 싶기 무섭게 곧바로 막을 내리는 작품이 부지기수였다. 아무리 톱스타를 내세워도 소용이 없었다. 한껏 높아진 영화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결과다.

작품의 편식 또는 양극화 현상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올 한해 100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 사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 두 편이나 나왔지만 반대로 투자 원금도 건지지 못한 작품들이 다수 양산됐다. 몇 편의 흥행이 영화계를 반갑게 하기도 했지만 그 밖의 대다수 작품들의 참패가 한국영화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한 제작자는 "이런 식이라면 한국영화의 진일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곤란해진다. 가장 안전한 장르, 검증된 스토리만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영화계 전망마저 불확실하다. 당장 기형적으로 늘어났던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도 양수리의 영화종합촬영소 촬영 작품이 1편에 불과했다. 계절적인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부쩍 줄어든 숫자다.

한 배급관계자는 "내년 제작되는 작품이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든 정도일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서서히 영화계 내부적으로 성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2007년 영화계의 일대 변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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