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 '스포츠 맨'

〈제12보〉(161~180)=바둑의 정체성(正體性)과 관련해 동양 3국은 약간씩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의 바둑이 문화 또는 예도(藝道)라면 중국에선 오직 스포츠일 뿐이다. 한국은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이런 시각 차이는 각국 바둑문화의 차이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 기사들이 트레이닝 복장으로 출전하는 것, 대차(大差)가 났는데도 끝까지 분전(?)하는 것은 모두 ‘스포츠 정신’의 발로다.

국제화 시대에 이런 이질성은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가. 막 치중해 간 △는 한 눈에 보이는 끝내기 맥점. 이 때 161로 받은 것은 전기(前期) 준우승자답지 않은 작은 실수였다. 164까지의 실전 진행에 비해 참고도처럼 처리하는 것이 2집 정도 이득이기 때문. 167도 이제 와선 크다. 172까지 선수 권리를 행사한 뒤 173으로 따냈다.

약 8집 정도의 끝내기다. 전체 형세는 백이 덤을 받지 않으면 약간 모자라는 반면(盤面) 승부라는 중론. 열띤 검토를 펼치던 기사들도 이제는 별로 흥미가 없다는 듯 대부분 손을 놓은 상태다. 하지만 천야오예는 스포츠맨답게(?) 돌을 거둘 눈치가 전혀 없다. 흑의 다음 끝내기는 ‘가’~’다’ 3곳 중 어디가 가장 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