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연예계의 화두는 '굴욕시리즈'였다. 평소 완벽한 모습을 자랑하는 연예인의 괴상한 표정을 포착한 사진이나 맨얼굴이 온라인에 떠돌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밑, 색다른 '굴욕'이 등장했다. 이른바 '류승범의 굴욕'이다. 단초는 임창정(작은사진)이 제공했다.
임창정-박진희 주연의 영화 '만남의 광장'(감독 김종진, 제작 CY필름)에서 류승범의 우정 출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출연 배우들이 뽑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달 충무로가 부러워하는 둘도 없는 단짝인 임창정과 류승범이 술자리에서 마주앉았다. 임창정은 다짜고짜 류승범에게 우정 출연을 제의했다. 6시간만 '가뿐히' 찍으면 된다고. 하지만 류승범은 이전에 다른 지인으로부터 똑같은 역할을 제의받았다 고사한 적이 있어 망설였다.
그렇다고 물러설 임창정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에 목소리 출연 부탁을 수락한 점을 들어 "다 필요없다. 이 자리에서 가부를 결정하라"고 '협박'했고, 결국 OK사인을 받았다. 류승범은 시나리오 상 잠깐 찍으면 되는 역할인 것 같아 별 걱정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촬영에 들어가면서 류승범의 고난은 시작됐다.
류승범이 맡은 역할은 장근. 강원도 휴전선 철책 마을의 선생님이지만 우연히 지뢰를 밟아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지뢰만 밟고 있는 걸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홀로 지뢰를 밟은 채 오만가지 표정연기를 해야했다. 서로 주고받는 연기가 아니라 혼자 웃었다, 울었다는 반복하자니 쉽지가 않았다. 애초 임창정이 약조했던 6시간은 23시간으로 늘어났고, 류승범은 고군분투하느라 밤을 꼴딱 넘겼다.
결국 류승범의 굴욕은 긴 시간과의 처절한 승부끝에 끝이 났다. 그리고 임창정을 보자마자 "형같은 사기꾼은 처음봤다"고 쏘아붙였다.
임창정은 "3주전 정말 추울 때 촬영했다. 우정출연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분량이 길다. 정말 류승범씨한테 감사하다. 술을 몇 번 샀지만 앞으로 몇 번 더 사야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진희도 "가장 기대되는 신이다. 다른 인물과 하는 코미디가 아니라 동떨어진 장소에서 혼자하는 코미디가 얼마나 어려웠겠는가"라며 웃었다.
'만남의 광장'은 갑자기 휴전선이 관통하면서 남북으로 갈린 마을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로 내년 4월 스크린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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