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 완역

영화평론가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거나, 손가락 하나로 할리우드를 웃고 울게 만드는 최고의 권력이어서만은 아니다. 국내에 첫 완역된 로저 에버트(64)의 ‘위대한 영화’(전 2권·을유문화사刊)가 ‘위대한’ 까닭은, 그의 글이 정말로 해당 영화를 찾아 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전문지가 아닌 일간신문(시카고 선 타임스) 영화담당기자로 평생을 보낸 덕분인지, 이 소박한 영화평론가는 거창한 이론이나 구조주의 철학자를 전혀 들먹이지 않고서도 명료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전 2권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 영화는 모두 200편.

제목에 들어간 형용사 ‘위대한’의 의미는 이렇다. 1등부터 200등까지 순서대로 꼽은 최고의 걸작이 아니라, “내가 다시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영화들”이라는 것.

초창기 클래식부터 최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가주의 감독의 걸작부터 일본 애니메이션까지를 날렵하게 가로지른다. ‘국가의 탄생’(그리피스)에서 ‘스타워즈’(조지 루카스), ‘400번의 구타’(프랑소와 트뤼포)에서 ‘이웃집 토토로’(미야자키 하야오)까지 빛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