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초월 첫사랑 교체 프로젝트 '언니가 간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누구나 한 번 쯤은 꿈꿔 봤을 판타지다. 만약 과거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분명 다른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정해년 새해 첫 선을 보이는 영화 '언니가 간다'(감독 김창래, 제작 시오필름)는 한국판 '백투더 퓨처'다. 시공간을 초월해 12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

서른 살의 나정주(고소영)는 정말 별 것 아닌 여자다.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의상실에서 주로 재봉틀이나 돌리는 보조 신세다. 서른 살이 넘도록 변변한 남자 친구 하나 없다. 매사 신세한탄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원인은 단 하나. 12년 전 첫 사랑의 실패가 인생을 바닥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과거를 잊고 싶어도 톱스타가 된 첫사랑 조하늬(김정민)가 매일 같이 TV에 등장해 심기를 건드린다.

그러면서 우연한 기회에 '진짜 인연'을 만난다. 고교 동창 오태훈(이범수)이다. '공부는 전교 1등, 연애는 구제불능'이었던 그는 고교시절 나정주의 밥이었다. 줄기차게 쫓아다녔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데 그가 연매출 100억 달러 회사의 CEO(최고경영자)가 돼 돌아왔다.

후회해 봐도 소용없는 법이지만 나정주는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며 오태훈을 향해 질주하나, 과거사가 들춰지면서 꿈은 산산이 부서진다. 그날 밤 그녀는 실타래처럼 꼬인 인생에 설움이 복받쳐 울고 또 운다. 바로 그때 과거를 바꿀 기가막힌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나정주는 12년 전으로 돌아가 '첫사랑 교체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특히 서른 살의 나정주가 현실에서 열여덟 살의 나정주(조안)와 함께 교감하며, 영화는 재미를 더해간다.

뭐니뭐니해도 고소영의 변신이 눈에 띈다. 지난해 '아파트'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그녀는 기대 만큼이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그럴까. 이번에는 세련되고 도도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혔다. 평범한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 10대 시절을 연기한 조안, 이중문 등은 기대 이상의 수확이라고 할 만큼 호연을 펼쳤다. 여기에다 그룹 듀스의 '나를 돌아봐 그대 나를'을 비롯해 '삐삐', '하이텔' 통신, '게스' 청바지 등 음악과 의상, 소품 등 94년의 모든 것을 재현해 향수를 자극한다.

새해 색다른 경험과 유쾌한 웃음을 원한다면 '언니가 간다'가 제격이다.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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