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지진희-염정아, 성격 달라도 호흡은 척척

6개월간의 강렬한 사랑, 그리고 영원한 이별. 하지만 이별은 영원의 만남이었다.　정초부터 정말 '쿨'한 두 남녀가 '오래된 정원'에서 조우했다. 지진희와 염정아다. 배경이 눈에 띈다. 황석영 작가의 원작에다 '문제적 감독'인 임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다 구랍 30일 웨딩마치를 울린 '새댁' 염정아의 첫 스크린 나들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지진희가 맡은 역은 현우. 사랑을 버리고 사회주의 신념을 택한 그는 17년간을 감옥에서 보낸 후 비로소 사랑을 위해 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숨겨줘, 재워줘, 먹여줘, 몸줘… 왜 가니? 니가"라는 대사가 모든 것을 대변하듯 한윤희 역의 염정아는 도피중인 현우를 6개월간 숨겨준 '원죄'를 죽을 때까지 떠나보내지 못한다.　

80년대의 시대적 아픔과 가슴시린 멜로가 충돌해 오묘한 조화를 이룬 '오래된 정원'의 개봉(4일)에 앞서 지진희와 염정아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무엇보다 인터뷰 내내 극중 갈뫼마을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두 배우의 진정한 매력을 한껏 맛 볼 수 있었다.

-1980년대의 아픈 시대에 피어난 가슴 아픈 사랑을 그렸다. 무엇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염정아(이하 염)=시대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멜로 연기에만 충실했다. 사랑한 남자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그리워하며 보낼 것인가를 담는데 주력했다.

▶지진희(이하 지)=설정이 그런지 몰라도 영화를 보면 특별히 '운동'을 한 것은 없다. 6개월간 도망자로 생활하다 출옥 후 계속해서 회상하는 것이 영화의 흐름이다. 나 또한 멜로에 중점을 뒀다.

-원작은 봤나.

▶지=염정아씨에 비해 늦게 캐스팅 됐다. 3분의 2정도 읽었다. 책을 읽어도 잘 안 들어 와 중도에 포기했다.(웃음)

▶염=캐스팅이 확정된 후 읽어 봤다. 하지만 영화 속 한윤희는 원작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혹시 대학 때 시위한 적이 있나.

▶지, 염=관심사가 딴 세계라.(웃음)

-새해 첫 영화다. 경쾌한 출발보다는 소재가 좀 무거운 면이 없지 않은데.

▶지=요즘 개봉작들을 보면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다. 모든 영화가 10대와 2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오래된 정원'은 30, 4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다. 또 어른들이 영화를 본 후 자식들을 위해 표를 사주면 어떨까 싶다. 시대의 아픔보다는 따뜻한 눈물이 있는 작품이다.

▶염=아빠가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고 하더라. 또 그 시대가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영화 'H' 이후 두 번째로 작품을 함께 했다. 호흡은 어땠나.

▶염=한 살 차이라 오빠라 부르는데 진짜 오빠같다. 호흡을 논하는 것이 우습다. 다들 오누이 같다고 한다. 나도 사진을 보면 친남매같아 깜짝 놀란다.(웃음)

▶지=맞다. 둘의 성격이 달라 오히려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촬영할 때 너무 잘 맞아 편안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염=솔직히 찍을 때는 몰랐는데 엄마와 맞담배 피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안에 윤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지=교도소 독방에서 방성구를 차고 침을 질질 흘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그 안에 나무가 꽂혀 있어서 침을 못 삼킬 뿐 아니라 턱도 아팠다. 일부러 몇 시간 동안 차고 지냈는데, 정말 침이 막 흘러 나오더라.

-이번 영화를 통해 얻은 소득은.

▶염=결과를 차치하고 임상수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또 평생 한 번 해볼까 말까 하는 정말 멋있는 여자를 만났다.

▶지=나도 그렇다. 임상수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한 발짝 더 전진했다고 생각한다. 이젠 연기를 조금은 알아가는 것 같다. 시작이니까 미래를 더욱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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